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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 “술은 알콜이기 이전에 문화다” 김홍우 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문배주는 우리나라 1000여종의 전통주 가운데 가장 이름이 많이 알려진 편에 속하지만, 사업 규모는 영세한 편이다. 민관 차원에서 오랫동안 전통주 진흥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김홍우 한국전통주진흥협회장을 만나 전통주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 한국 전통주가 이처럼 명맥이 끊긴 이유는 무엇인가?

1909년에 일제가 주세법을 만들어서 우리 술 제조와 판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역사적 해석으로는 식량수탈을 위해서 술 제조를 막은 것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를 말살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흥이 있는 민족이고, 그 흥을 돋구는 것은 술이다. 음악, 춤, 음식문화 등 우리 문화 전반이 술과 어우러져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술을 막아야만 민족의 문화적 흐름을 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해방은 됐지만 미군정기, 6.25를 거치면서 술 담글 곡식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것도 전통주 복권을 늦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


▶ 아직 복원이 안된 전통주도 많지 않나.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우리가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상태에 있는 것도 많다. 술은 알콜이기 이전에 문화다. 그와 연관된 역사가 있고, 시, 그림, 노래, 놀이 등 우리 전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통주를 잃은 것은 그와 관련된 문화 전반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반대로 전통주를 복원한다는 것은 우리 술 문화 전반을 복원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창조경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반드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만 창조는 아니다. 옛것을 현재에 맞게 새롭게 포장하는 것도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 그래도 최근 전통주가 많이 세련되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병이 바뀐 것이 가장 크다. 기존에는 우리 술병이 우리 술의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외국인이 보기에 세제병으로생각할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양주병처럼 생긴 곳에 담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3년 국회에서 전통주 살리기 해법으로 ‘공동주병사업(여러 전통주의 술병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을 내놓았고, 신세계그룹에서도 술병 디자인을 기부하는 한편 우리술방을 신세계백화점에 입점시키는 획기적인 조치를 해줬다. 전통주가 대중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식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대중들이 선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이런 술병들이다. 일정 정도 자기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외양을 갖춘 것이다.

▶ 현장에서 전통주 제조업자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정부의 규제가 가장 크다. 위생에 관한 부분은 엄격하게 하는 것이 맞겠지만, 작업장 환경이나 시설 기준 등에 있어서 대규모 공장에서나 수용이 가능할 정도의 지나치게 세세한 규제들이 많다. 부부 둘이서 술을 만들 정도로 영세한 곳에서는 이런 시설 기준을 충족시키기가 너무 어렵다. 또 지나친 규제는 모든 것을 규격화해서 오히려 술의 본질이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다르듯이 발효식품이 갖는 특성을 존중해줘야 다양한 전통주가 유지될 수 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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