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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박일한] 불안한 주택시장, 다 이유가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주택시장 이야기다. 지표 몇 개만 나열해 보자. 10월까지 전국 주택 거래량은 100만8000건이다. 이미 작년 한해보다 많다. 연간 주택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은 건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6년(108만건) 이래 처음이다. 주택 가격도 올랐다. 10월까지 전국 평균 3.04%, 수도권 평균 3.74%나 뛰었다. 수도권만 따지면 2008년 이래 상승폭이 가장 크다. 분양시장도 좋다. 올해 새 아파트 분양은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48만 가구나 된다. 그럼에도 미분양 주택은 3만여건으로 과거 최저 수준이다.

매매시장의 활기는 경매시장에 전해진다. 거래 시장이 좋으니 굳이 경매로 넘기지 않는다. 올 9월까지 전국 법원에 경매를 신청한 신건 수는 7만3043건으로 역대 최저치다. 지금 추이라면 연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경매 신건수가 9만건도 안될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불안할 수 없다. 이런 추세라면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야 하는데 전혀 아니다. 이번엔 주택시장을 둘러싼 경기지표들이 걱정이다. 올해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월만 따지면 무려 15.8%나 줄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대한민국엔 충격적인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나 된다. 그렇다고 내수에 기댈 상황도 아니다. 올 3분기말 가계대출 규모는 116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가계 대출 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입의 절대량을 담보대출 이자를 갚는데 써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좋아지길 기대하기도 힘들다. 우리나라 수출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나 동남아 경기가 계속 위축되고 있어서다. 내수 전망도 나쁘다. 최근 산업계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엔 실업률이 높아지고, 실질임금 하락세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주택시장이 나홀로 좋았던 이유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시장 기능에 따른 것으로 보기 힘들다.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부양책이 절대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매년 이사철마다 반복되는 전세난이 올해 유독 심했고, 정부가 초저금리 여건에서 누구나 대출을 쉽게 해줬다. 각종 규제완화, 제도개선으로 수혜지역이 늘어났고,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들뜨게 했다. 분양시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1순위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인위적인 부양책의 효과는 오래가기 어렵다. 내년엔 미국부터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출규제는 다시 강화해야하는 상황이다. 올해 주택 신규 분양은 50만가구에 육박하며, 인허가는 70만가구를 넘을 정도로 과잉됐다. 2~3년 내 주택시장엔 먹구름이다.

누군가 그랬다. 미래는 전망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안한 건 다 이유가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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