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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집에서] KPGA 개혁세력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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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실시된 KPGA 제17대 회장 선거에서 승리해 내년부터 4년간 협회를 이끌게 된 양휘부 회장. <사진=KPGA>


우여곡절 끝에 양휘부 회장이 제17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에 당선됐다. 11월 28일 선거를 앞두고 일부에서 보이코트 움직임이 있었으나 다행히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차기 회장이 선출됐다. 이번 선거가 무산됐다면 KPGA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했을 것이다. 파국(破局)을 면한 걸 진심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KPGA의 발전을 원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도 큰 소득 중 하나다.

이제 향후 4년간 양휘부 회장을 당선시킨 선수회 중심의 소장파 프로들이 협회를 이끌게 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1968년 창설된 KPGA의 역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협회 창립후 주도권을 행사했던 구(舊) 세대의 퇴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좋아하는 기업인들에 의지해 협회 살림을 꾸려가던 기존 구도를 깨고 스스로의 힘으로 KPGA 코리안투어의 상품성을 높혀 스포츠마케팅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의미심장한 선언을 한 것이다.

회장 당선을 주도적으로 이끈 김창민과 이인우, 안주환 등 핵심 멤버들은 40대 투어프로 출신들이다. 이들은 어린 나이에 골프에 입문해 성공적인 주니어 시절을 보냈으며 국가대표 육성시스템 속에서 성장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구(舊) 세대 선배들과는 다른 이력을 가진 이들이 국제적인 감각과 합리적인 판단력으로 상식이 통하는 협회 행정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 그리고 잘했든 못했든 그동안 협회를 이끌어왔던 선배들에 대한 예우는 소홀히해선 안 된다. 이들의 주장은 “지난 50년은 도와달라는 호소만... 앞으로의 50년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자생력을...”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잘 담겨 있다.

차기 집행부를 이끌 양휘부 회장은 오랜 세월 쌓아온 인생의 지혜를 협회의 개혁에 잘 녹여내야 한다. 왜 개혁을 원하는 젊은 프로들이 자신을 선택했는 지,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행여 고액 연봉에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하릴없이 임기를 채우겠다는 생각은 곤란하다. 인생의 선배로서 자신을 지지해준 개혁 세력과 함께 전체 회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어야 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새 틀을 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혁의 밑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다. 일단 전체 회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길 권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산적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통합의 아이디어와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 투어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들이 선순환이 이뤄지는 생태계를 만들었는 지를 연구해야 한다. 시간과 노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지루한 작업이 되겠지만 인내심과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

양극화가 심한 현재의 투어운영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리안투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스타부재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가 나올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시스템으로는 해외 투어와 공동주관하는 대회들로 인해 루키들이 이듬해 시드를 획득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회 수를 늘리는 것 못지 않게 한국 남자골프 전체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선거의 승리는 개혁의 출발일 뿐이다. KPGA가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자생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 대비 효과가 확실한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키워드는 ‘상식’과 ‘합리성’이다. 이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동일하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가치로 KPGA가 운영될 때 기업은 손을 내밀 것이다. 사소한 이해관계로 이런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려는 못난이들을 배제시키는 일 또한 차기 회장과 개혁 세력의 몫이다. 이번 선거를 주도한 30~40대 젊은 프로들은 뜻있는 선배들의 걱정스런 눈빛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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