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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겸의 MLB 클립] 데이브 로버츠와 프리드먼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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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프리드먼


그래디 리틀(2년)-조 토레(3년)-돈 매팅리(5년). 지난 10년간 다저스를 지킨 수장들이다. 리틀은 2003년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치며 패한 것이 발단이 돼 경질됐지만, 보스턴에서 성공적인 2년을 보낸 바 있다. 양키스에서의 12년간 4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토레는 말이 필요 없는 명장이다. 매팅리는 통산 타율 .307, 222홈런, 1099타점을 기록하며 80년대 중,후반 양키스의 타선을 이끌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그리고 2016년. 매팅리가 떠난 다저스의 새 수장에 데이브 로버츠(43)가 임명됐다. 그는 리틀이나 토레처럼 화려한 감독 경력을 갖고 있지 못하며, 매팅리와 같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아니다. 로버츠의 유일한 감독으로서의 경험은 올해 샌디에이고에서 벤치 코치로 활약하던 중 버드 블랙의 경질 이후 감독 대행으로써 치른 한 경기가 유일하다.

당초 다저스의 사령탑으로는 게이브 케플러(40)가 유력했다. 통계에 능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특히 이 분야의 고수인 프리드먼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천해 왔다. 하지만 로버츠와의 감독 인터뷰 이후 프리드먼 사장뿐만 아니라 구단 고위층의 생각이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드 스쿨과 프리드먼이 추구하는 세이버측면에 모두 능통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빼어난 인성으로 프런트만이 아닌 선수들의 지지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선수 시절 보여준 투지나 감독으로서 중요한 덕목인 인내심을 갖추고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2002년부터 2004년 중반까지 다저스타디움에서 뛰는 등 다저스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다.

프리드먼에게 로버츠 영입은 승부수다. 그의 다저스에서의 첫 해는 실패로 귀결됐다. 롤린스 영입과 마이애미로의 이적 후 리그 최고의 2루수가 된 고든의 트레이드는 그에게 마법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4년간 4,800만 달러를 안겨준 맥카시는 부상으로 4경기 만에 전력에서 이탈하며 시즌 내내 선발진 구성에 난항을 겪어야 했다. 전임 콜레티 단장이 풀지 못한 불펜 문제 역시 프리드먼은 정답을 찾지 못했다.

‘첫 해’였다는 핑계도 어울리지 않는다. 프리드먼은 프런트 연봉 7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5년 3,500만 달러).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구단 수뇌부의 열망과 그에게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액수다. 프런트 연봉 700만 달러라는 숫자와 적응기간이라는 단어는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조화다. 구단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팀에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기는 일이다.

프리드먼에게도 핑계는 있을 수 있다. 그는 다저스 사장 부임 후 매팅리와 이별을 고하고자 했다. 하지만 구단 고위층을 설득하지 못했고, 1년 내내 불편한 동거는 계속됐다. 세세한 분석과 통계로 경기에 개입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프런트와 최대한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성향의 매팅리는 서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존재였다. 그리고 디비전 시리즈 탈락 후 불과 1주일 만에 ‘이별에 합의했다’라는 궁색한 멘트와 함께 매팅리와 작별을 고했다.

프리드먼은 결국 자기 사람을 앉히는데 성공했다. 유력 후보로 떠오른 케플러나 감독이 된 로버츠 모두 세이버 메트릭스에 능통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 시즌 다저스가 풀어나갈 야구의 색깔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프리드먼에게 이제 핑계거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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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의 새 감독으로 선임된 데이브 로버츠 (사진=LA 다저스 트위터)


이렇게 프리드먼과 로버츠 감독은 한 배를 탔다. 둘 모두에게 도전이 될 것이다. 로버츠는 초보 감독으로써 명문 구단 다저스의 수장이라는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프리드먼은 스몰 마켓에 특화된 인재라는 편견을 깨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당면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다.

다저스는 올해 야구 외적인 일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바로 푸이그 문제다. 시즌 중반 왕따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며, 최근 스캇 반 슬라이크의 아버지 앤디 반 슬라이크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팀 내 최고액 연봉자가 단장과의 대화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푸이그를 치워버리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언급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다저스의 팀 내 최고액 연봉자는 클레이튼 커쇼다. 반 슬라이크는 그가 커쇼인가라는 물음에는 노코멘트했다). 푸이그는 자신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시즌 중 팀이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디비전 시리즈 4차전을 앞둔 팀 훈련에 지각하는 등 이렇다 할 개선의 모습을 보이지 않기도 했다.

최근 팀 케미스트리는 더욱 주목받고 있는 항목 중 하나다. 능력 있는 선수만 모은다고 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최근 수년 사이 다저스가 몸소 체험한 바다. 어쩌면 다저스가 분명 강팀의 위치에 서 있음에도 결코 채워지지 않은 부족했던 무언가가 바로 팀 케미스트리였을지 모를 일이다. 매팅리 감독은 그간 푸이그를 옹호하는 포지션에 위치해왔다. 로버츠 역시 선수 입장에 서서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푸이그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트레이드 역시 구단 차원에서 그의 재능을 포기할 수 있느냐, 그리고 그가 팀 웍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선뜻 그의 영입에 나설 팀이 있겠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포지션별 선수 구성과 교통정리도 여전히 난제다. 그레인키의 경우 당장의 전력을 고려하면 당연히 잡아야겠으나, 최소 5년 이상이 유력한 그의 계약 규모와 기간이 부담스럽다. 류현진과 맥카시가 시즌 도중 돌아올 예정이나, 커쇼와 짝을 이룰 강력한 에이스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지난 2년간 다저스를 괴롭힌 불펜 고민도 해결해야 한다.

최악의 후반기를 보낸 그랜달과 어느덧 서른 다섯 줄에 접어들 엘리스가 지킬 포수 포지션이나, 켄드릭을 놓칠 경우 아직 유망주에 불과한 호세 파라자를 제외하면 뚜렷한 대안이 없는 2루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주전으로 도약했지만 언제나 무릎에 부담을 안고 있는 저스틴 터너, 메이저리그에서 27경기만을 소화한 코리 시거가 지킬 3루와 유격수 자리도 뎁스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 프리드먼에겐 그 어느 해보다 분주한 겨울이 될 것이다.

푸이그가 남을 경우 포화 상태인 외야의 교통정리 문제는 매팅리에 이어 로버츠도 안고 가야 할 숙제다. 내년 34세 시즌을 맞이하게 될 곤잘레스-크로포드-이디어의 노쇠화 여부도 관건. 특히 5년째 계속해서 부상자명단을 들락날락하고 있는 크로포드는 올해 12년 만에 가장 낮은 .707의 OPS에 그쳤으며, 곤잘레스는 5홈런 10안타를 몰아친 첫 3경기를 뺀 나머지 시즌의 성적은 .263의 타율과 OPS .784에 불과해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에 그쳤다.(ML 1루수 평균 - 타율 .259, OPS .780 / 곤잘레스 시즌 성적 - 타율 .275, OPS .830) 여전히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저스의 현재 선수 구성은 생각보다 손 볼 곳이 많아 보인다.

다저스와 같은 명문 구단이 로버츠와 같이 경험이 일천한 초보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는 일은 결코 보기 드문 장면은 아니다. 프리드먼과 의기투합한 그가 어떤 색깔의 야구를 펼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로버츠는 선수단 관리는 물론 매스컴과의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하는 등 야구 외적인 일에도 섬세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명문 구단의 사령탑이라는 영광은 그 위엄만큼이나 무거운 책임감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2005년부터 10년간 단장직을 수행한 콜레티가 떠나고, 프리드먼은 드디어 본인의 입맛에 맞는 감독을 데려왔다. 다저스로선 본격적인 변화의 시간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깬 보스턴 우승의 초석이 된 ‘더 스틸’의 주인공 데이브 로버츠. 템파베이 단장 시절 로버츠와 마찬가지로 당시 LA 에인절스의 벤치 코치였던 조 매든을 중용해 성공을 거둔 프리드먼. 두 사람의 만남이 다저스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궁금해진다.

[헤럴드스포츠 = 김중겸 기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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