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나는서울시민이다] 아이 함께 키우며 마을활동가로 전업한 여자
별난 학교 꾸리고 마을장터 살리며 '즐거운 마을' 만드는 구로 마을활동가 김지숙씨

[나는서울시민이다=김은하 마을기자]   나무는 정직하게 자란다. 그 지역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주변의 공기를 마시고, 위의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 자란다. 나무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의 영향을 내뿜으며 자라, 땅을 지탱해주고 열매를 맺고 무성한 잎사귀들로 시원한 쉼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듬직이 해낸다.

구로의 토양과 환경에서 성장하여 듬직한 나무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마을활동가 김지숙씨를 구로구청 앞 한 카페에서 만났다.

 

며칠 전 2015년 ‘구로별별시장’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느라 무척 바빴다고 한다. 그녀를 부르는 호칭은 구로 마을공동체 조성지원사업단의 사업국장, ‘구로별별시장’을 이끌고 있는 시민기획단의 단장 등 부지런한 마을활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듯이 여러 가지이다.

그녀는 70년생으로 구로에서 태어나고 자라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다. 그야말로 순수 구로 토박이다. 결혼 후 유치원을 경영하던 중, 학교와 공무원 정도만 쉬는 초기 토요휴무제가 시작되었다.

“2004년 당시 초등생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직장맘들을 만나면 아이들을 주말에 어떻게 돌봐야 하나 걱정들이 태산이었죠. 고민을 나누던 중 토요일에 엄마들끼리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자는 의견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모아서 활동할 수 있는 장소가 딱히 없었다. 그 당시 그녀는 동장 추천을 받아 주민자치위원으로 동사무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던 터라, 동사무소 2층 회의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위원회를 설득하였다.

“동네에서 아이들을 같이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제안했는데, 첫 반응들은 부정적이었어요.”

▲'놀토야, 반갑다. 토요별난학교'에서 아이들 연주발표 모습


설득 끝에 2005년 당시 구로6동 주민센터 2층에 ‘놀토야, 반갑다. 토요별난학교’를 열게 되었다. 동네 엄마들의 재능기부로 피아노, 리코더, 종이접기, 댄스, 음악 줄넘기 등의 수업을 한 달에 2번 실시하고, 재료비로 5000원을 받았다.

“토요학교가 상당히 생소했을 텐데, 첫 모집에 아이들이 50명 모일정도로 직장맘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엄마들이 ‘수다 떨면서 제대로 봉사해보자’ 하고 신나게 했죠.”

그 후 토요학교 모형을 가지고 열린사회시민연합과 SK텔레콤 후원으로 열린 자원봉사 마을만들기대회에 나가 지원금 500만원을 받게 되었다. 지원금으로 기존 수업을 현장학습 중심으로 콘텐츠를 보강하였다. 구청, 주말농장, 독거어르신, 동네 영화관을 방문하거나 마을지도 만들기도 하고, 지역에 있는 미대생들과 연합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500만원이요? 다 썼어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빼고 다 돌아다닌 것 같아요. 결국 그 열심이 통했는지 2006년 전국주민자치센터박람회 출전권을 따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한 팀 출전했는데 바로 저희 팀이었죠.”

“토요학교에 푹 빠졌어요. 동사무소에서는 아예 빈 책상을 주셨어요. 밥은 주시더라구요. 하하.”

2008년 2개 동이 통합하면서 남는 청사 1곳을 자치회관으로 사용하게 되어, 책임자를 맡게 되었다. 6년 동안 자치회관을 운영하면서 프로그램 개발, 안전마을 만들기, 다문화 축제 사업 등 동 전체를 보며 마을사업을 하게 되어, 그녀의 마을영역은 한층 커졌다. 2013년부터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상담가로 지원하여 다시 마을 현장에서 구로구 주민들을 가까이 만나며 활동하고 있다.

“전, 마을이 재미있어요. 이웃들도 마을이 재미있어서 이사를 못 갈 정도의 구로가 되었으면 해요.”

토요휴무제로 방치되는 아이들 양육문제 해결을 위해 뭉쳤던 엄마들의 능동적 자세가 사람과 마을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녀의 마을에 대한 애정이 앞으로 어떤 큰 그림을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