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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우리 동네 진로 주치의
아이들 꿈 찾아주며 '선생님'된 마을 사람들

 [나는서울시민이다=김은하 마을기자]   2015년 서울 강서구에서는 신개념 진로상담 프로젝트를 마을주민들이 시작했다. 이른바 ‘우리동네 진로주치의 강서 키다리 아저씨’이다. 이들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진로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여 개인의 진로목표 설정은 물론 자기계발을 지원하고, 마을공동체 내에 진로·직업상담 관련 인적·물적 인프라를 구축하여 2016년 자유학기제 등을 대비하고 있다.

▲모처럼 사무실 한 자리에 모인 강서 키다리아저씨 선생님들. 왼쪽부터 이승민, 김성길, 민경량 선생님


강서 키다리아저씨들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뭉치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무역업을 한다는 이승민 키다리아저씨는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당시 6살이었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을 하더군요. 황당했지만 ‘뭐가 잘못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는 난, 뭐 재미있나?’라는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고민 끝에 이웃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마을공동체를 알게 되었고, 공동육아·공동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현재는 ‘하루마을 문화교실’이라는 마을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제3회 미니 마을축제에 키다리 선생님들이 진로부스에 참여해 진로상담 봉사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하는 이승민 키다리 선생님

그는 동네에서 키다리선생님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강서양천민중의 집‘사람과 공간’에 놀러갔다가 강서 키다리아저씨 기획단의 김성길 대표를 만나게 된다.

▲영일고 대안교실 진로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있는 민경량 키다리 선생님은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들의 머릿 속에는 과연 무슨 생각이 꽉 차 있을까? 하고 궁금할 때가 많아요. 그냥 아이들의 두서없는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생길 때가 있어요. 그때 놓치지 않고 아이들의 진로상담을 해 주면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죠.”

강서 키다리아저씨라고 해서 아저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줌마들도 있다.

대전 소재 한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하던 중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이사 오면서 둘째를 갖게된 민경량 키다리아줌마는 어쩔 수 없이 경단녀가 된 경우이다.

뭔가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를 키우면서 온라인으로 청소년지도사 과정을 배우기도 하고, 직업상담사를 공부하던 중 키다리아저씨 양성과정까지 듣게 되었다.

“입학사정관은 서류로 학생들을 접하고 잘 짜여진 질문지로 학생을 대하지만, 진로교육은 아이들을 직접 만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민씨는 가르치는 선생님이 꿈이었다며 “키다리선생님들과 인연을 맺어 공부하면서 진로교육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말했다.

현재 영일고 대안교실 진로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있는 민씨는 수업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고3과 고2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오늘은 대학입학과 관련된 필요한 것들, 입시요강을 가르쳐 주는 수업을 한다”며 “과제를 잘 안 해오는 날도 많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날개로 꿈을 향해 날아갈 모습을 생각하면 흐뭇해진다”고 귀띔했다.

강서 키다리아저씨, 아줌마들의 따뜻한 고군분투 이야기가 진로고민으로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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