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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서울시민이다] 서로 다른 취향의 사람들이 만나는 '동네책방' 이야기
염리동 ‘퇴근길 책한잔’

[나는서울시민이다=최서윤 마을기자]  책방 주인 김종현 씨(33)는 11월 6일에서 9일까지 대만으로 출장을 가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일책방지기를 모집했다. 일일책방지기들은 “책방에 와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하이파이브!’를 외친 후 책방지기와 하이파이브”한 선착순 3명에게 직접 자수를 놓아 만든 에코백을 선물로 증정하거나, 책방 곳곳에 선물을 숨겨놓은 보물찾기 이벤트를 시행했다.

‘퇴근길 책한잔’은 이처럼 다양한 이벤트로 소문난 열린 공간이다. 책방인 동시에 카페, 술집, 공연장, 사랑방의 기능을 한다. 공간의 내부와 외부에는 주인의 취향이 묻어난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합정 카페거리에 있을 법한 외양과 내양을 갖췄지만, 퇴근길 책한잔 주변에는 김밥집, 목공소, 세탁소 등 소박한 주택가의 상권이 형성돼있다. 혼자 사는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머무는 자취촌이 근처라 저녁에는 동네 청년들이 삼삼오오 책방에 모여든다.

김 씨는 책방이 ‘취향 공동체’의 구심점이 됐으면 한다. 독립 출판물을 좋아하는 사람, 비슷한 영화와 음악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 그래서 책방이라는 공간을 기반에 둔 여러 모임을 운영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영화 상영회를 열고. 토요일에는 때때로 콘서트를 열며, 평일 중에는 ‘자발적 거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돈 없이 여행하기, 사표 쓰는 방법 등을 함께 모여 논의한다.

▲소금언덕 지도

비슷한 취향을 공유하는 근처 상인들과는 ‘소금언덕 프로젝트’를 함께 한다. ‘언덕’과 ‘소금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소금언덕 프로젝트’는 오래된 동네 아현동과 염리동에서 삶의 기반을 다지고 있는 청년들이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한다.

소금언덕에는 ‘퇴근길 책한잔’ 외에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로 지정되어 있는 ‘언뜻가게’, 여행책방 ‘일단 멈춤’, 인디 뮤지션 피터아저씨 멤버들이 함께 살아가는 쉐어하우스 겸 게스트하우스 ‘아현동쓰리룸’이 있다.


퇴근길 책 한 잔: 서울 마포구 숭문길 206 1층


▲퇴근길 책 한 잔 외부

▲퇴근길 책 한 잔 내부

망원동 ‘책방 만일’

망원동의 ‘책방 만일’에는 무려 한 달간 주인이 없었다. 주인이 여행을 간 9개월 동안 '책방 만일'은 일일 책방지기를 맡은 사람들이 대신 돌봤다. 독립출판사 ‘6699press’, 독립 출판 프로젝트 ‘읻다 프로젝트’, 뮤지션 그룹 ‘COMPASS' 등이다. 책방지기들은 책방을 봐주며 책을 대신 팔고 자신들의 콘텐츠도 선보였다.

책방 만일은 현재의 시점과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는 단어 ‘만일(if)’에서 따왔다. 현재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을 통해 지금과 다른 선택과 그에 따른 변화를 상상해 보자는 의도다. 그래서인지 책방만일은 주기적으로 여는 낭독회와 단골손님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책읽기 모임이 활성화되어있다.

이웃 동네 주민 양인모 씨(27) 역시 모임을 개설할 예정이다. 책방에 흐르는 음악과 가슴 높이의 책장에 나란히 있는 시집들의 정갈한 모습이 좋았던 그는 책방에 호감을 느꼈고, 이 공간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11월 중에 함께 모여 신간을 읽는 모임을 시작하려 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함께 읽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모임 참가자들에게는 해당 책을 만일에서 사도록 독려할 예정이다.

책방 만일 -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6길 46

▲책방 만일


서울의 동네 책방들

이밖에도 모임의 공간을 제공하는 동네책방으로 독립 출판 제작자가 참여하는 다양한 워크숍을 개설해온 용산동 ‘스토리지북앤필름’, 플리마켓 ‘토토마켓’을 진행하는 성북동의 ‘오디너리 북샵’,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여는  녹번동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등이 있다.

인테리어부터 음악까지 주인의 취향이 드러나며 공간을 개성 있게 만든다는 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은 동네 책방의 강점이다. 입고된 책도 주인의 취향을 반영하기에 주인과 대화를 나누며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대형서점에서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우리동네 책방’을 확인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60여개 동네 서점 위치와 정보를 공유하는 ‘동네 서점 지도(Bookshop Map in Korea)’ 서비스가 있다. 독립출판 관련 앱 개발업체 퍼니플랜에서 구글 지도를 이용해 만든 온라인 지도다. 이용자가 직접 자신이 알고 있는 동네 서점 정보를 직접 입력할 수도 있다.

동네서점 온라인 지도 주소: https://goo.gl/b4iM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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