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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콩, 한국 단색화 매력에 빠지다
제17회 서울옥션 홍콩경매 현장박서보의 80년 초기작 ‘묘법’현장-전화 응찰자 열띤 경합650만홍콩달러 전화고객 낙찰K옥션경매 정상화·윤형근 등추정가 2배 넘는 가격 ‘솔드아웃’권영우 등 2군 작가도 약진
제17회 서울옥션 홍콩경매 현장
박서보의 80년 초기작 ‘묘법’
현장-전화 응찰자 열띤 경합
650만홍콩달러 전화고객 낙찰
권영우 등 2군 작가도 약진

크리스티, 정상화·윤형근 등
추정가 2배 넘는 가격 ‘솔드아웃’


“(경매장 응찰자에게) 확실해요? 저는 상관 없어요. 어느 쪽이든 말이죠(Sure? I’m sure. It’s OK either way).”

29일 저녁 제17회 서울옥션 홍콩 경매가 열린 그랜드하얏트호텔. 한국 단색화 작가 박서보(84)의 1980년대 초기작 ‘묘법(Ecriture)’이 낙찰가 10억원 돌파를 눈 앞에 둔 상황이다.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650만홍콩달러(약 9억7000만원)에 낙찰된 박서보의‘ 묘법 No. 2-80-81’.
[사진제공=서울옥션]


전화 응찰과 현장 응찰이 맞붙었다. 전화 응찰자가 600만홍콩달러(약 9억원)를 호가했다. 7년 경력의 아시안아메리칸 스타 경매사 지안 추(Zehan Chu)가 미소 띤 얼굴로 현장 응찰자를 유혹한다. 여기서 끝낼 것인가.

다시 현장 응찰자가 640만홍콩달러를 호가했다. 좌중에서 “와” 하는 낮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경매장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전화 대 현장의 열띤 경합 끝에 박 화백의 작품은 650만홍콩달러(약 9억7000만원)를 부른 전화 응찰자에게 최종 낙찰됐다. 수수료를 포함한 판매금액은 767만홍콩달러(약 11억4400만원). 지난 밤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이어 박 화백의 작품이 이틀 연속 10억원을 돌파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박서보 화백은 ‘10억원 클럽’에 세번째로 오른 단색화 작가가 됐다.

▶단색화로 빛난 홍콩의 밤…박서보ㆍ정상화 날았다=11월의 마지막 주말. 홍콩의 밤을 빛낸 건 별이 아니라 단색화였다. K옥션과 크리스티, 서울옥션까지 이틀에 걸쳐 홍콩섬 컨벤션에비뉴 일대에서 펼쳐진 미술품 경매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당당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박서보, 정상화 화백이 훨훨 날았다.

28일 가장 먼저 열린 K옥션 경매에서 정상화의 작품 2점은 낮은 추정가의 2배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고, 같은 날 크리스티에서는 박서보의 1975년 작품 1점이 780만홍콩달러(약 11억 6300만달러)에 낙찰되며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크리스티는 김환기,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등 단색화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높은 추정가, 혹은 높은 추정가의 2배 이상 가격에 ‘솔드아웃’ 시키기도 했다.

29일 서울옥션 경매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한 것도 박서보, 정상화였다. 1970~80년대 박서보와 정상화의 작품 6점(각 3점)이 높은 추정가를 뛰어넘는 금액에 잇달아 낙찰됐다.

게다가 박서보의 1978년 작품 1점은 당일날 경매가 취소되기도 했다. 전날 크리스티에서 박 화백의 작품이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 이후 위탁자가 작품을 거둬들인 것.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서울옥션 경매장을 찾은 홍콩의 아트 딜러 존 웡(John Wongㆍ36) 씨는 한국 단색화에 대해 “중국, 일본과는 다른 특별함(unique)을 갖고 있다”며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서구 컬렉터들도 단색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던 달항아리를 한국인 개인 컬렉터가 낙찰받았다. [사진제공=서울옥션]


▶권영우 등 단색화 2군 작가들의 약진…“위작설 악영향” 이우환 주춤=단색화 2군 작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최근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권영우 화백의 작품 2점이 서울옥션 경매에서 높은 추정가를 뛰어넘은 50만홍콩달러(약 7500만원), 75만홍콩달러(1억12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한지에 잉크, 과슈로 그린 100호 이하의 그림들이다. 김기린의 100호짜리 그림 1점도 38만홍콩달러에 낙찰돼 높은 추정가를 웃돌았다.

경매장에 참석했던 한 국내 미술계 인사는 “단색화가 끝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해외 경매에서 박서보, 정상화 화백의 작품이 엎치락뒤치락 흥행 톱을 달리고 있는데다, 이번 경매에서 권영우, 김기린 등 2군 작가들까지 선전해 한국 단색화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위작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우환은 1979년작 수채화가 유찰되면서 시작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바람’ 시리즈 3점을 포함, 이우환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온 1970년대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연작 3점까지 낮은 추정가 혹은 그보다 약간 높은 수준(120~140만홍콩달러ㆍ약 1억7900만~2억900만원)에서 큰 경합없이 낙찰되는 데 그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뉴욕 소더비 경매 등에서 20억원을 훌쩍 뛰어 넘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경찰의 위작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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