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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기록유산 국보 3책<승정원일기·조선왕조실록·일성록>, 완역본 볼 날 47년 뒤에나…
번역 인력 늘려야 기간단축 가능
4일 한국고전번역 50년 학술대회



‘승정원일기’ 2억4000만자 17% 번역, ‘조선왕조실록’ 4800만자 재번역율 5%, ‘일성록’ 4800만자 38%.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보 3책의 번역 현황이다.

세계 유례가 없는 국가 기록의 정수를 보여주는 ‘승정원일기’는 1994년 번역에 착수해 현재 2449책 중 521책의 번역을 마쳤다.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11명과 번역위원으로 위촉된 역자 32명 등 43명이 22년 동안 이룬 성과다. 아직도 2억 300만자가 남아있다. 쉼표, 인용부호 등 표점 교감없이 곧바로 번역하는데만도 4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고전번역이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승정원일기 등 국보 3책 번역은 수십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국고전번역 50년, 금자탑=한국고전번역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65년 11월 최현배, 이희승, 정인승 등 50명의 학자들이 민족문화추진회를 결성, 번역작업을 벌인 게 출발이다. 1966년 번역돼 나온 첫 작품은 서거정의 ‘동문선’. 이어 정약용의 ‘국역 목민심서’(3권)와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등이 번역돼 나왔다. 1971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공동으로 작업, 93년 완역한 ‘조선왕조실록’은 일반인들이 조선왕조 500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갈 문을 제공했다. 이 때부터 문학과 영화, 드라마, 책 등에서 다양한 관련 콘텐츠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2007년 민족문화추진회가 정부출연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으로 재탄생하면서 고전번역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조선왕조실록’은 번역오류와 옛 글투로 재번역 작업에 들어가 2026년 완역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조선시대 국가적 기록시스템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승정원일기’는 이보다 36년이 더 걸린다. 2062년이 돼야 기록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에 올라있는 ‘일성록’은 정조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국정일기. 왕의 사후에나 공개되는 실록과 달리 국정 진행 상황을 곧바로 파악하고자 정조 세손 시절 만들어 1910년까지 158년에 걸쳐 기록됐다. 최근 정조대의 번역을 마친 ‘일성록’은 앞으로 21년 후에나 완역된다.

한국고전번역원은 다음달 4일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정조대를 중심으로 ‘일성록’의 학문적 성과를 공유하는 고전번역 50년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고전번역의 또 다른 금자탑은 ‘한국문집총간’. 민족문화추진회의 노력을 이어 신라말 최치원의 ‘계원필경집’을 필두로 구한말 황현의 ‘매천집’에 이르기까지 1259종 500책을 완역해냈다. 현재 91종 451책이 출간됐다.

▶미래 먹거리 콘텐츠의 보고, 남은 과제=‘흰 것은 종이, 검은 것은 글씨’. 번역되지 않은 과거의 기록과 문집은 아무 쓸모없다는 얘기다. 우리 문화와 정신의 유산들을 우리말로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의 필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다. 고전번역작업의 가장 큰 현안은 전문 인력의 부족이다. ‘승정원일기’의 경우, 역자 한 명이 1년 동안 작업할 경우, 번역량은 200자 원고지 1800장으로 2000년이 걸린다. 전문 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력 양성과 배출을 위해 번역원 산하 교육원을 대학원대학교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번역지원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명학 한국고전번역원장은 “특히 ‘승정원일기’는 상세하고 생생한 기록의 특성상 수많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보고다. 세계가 인정한 기록유산을 그 나라 사람이 읽을 수조차 없는 실정이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반드시 우리 당대에 선조들의 유산을 번역을 통해 자유롭게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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