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박승윤] 김영삼과 정주영
최근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탄생 100주년을 맞은 고(故)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한창이다.

YS는 임기말인 1997년 국가부도 위기를 초래해 퇴임후 인기가 바닥이었는데, 지난 22일 영면에 든 후 민주화 투쟁을 이끈 거목으로 부활했다. 유신 시절 가택연금을 당하자 단식 투쟁으로 저항하면서도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했던 통합의 리더십은 현 정치권을 질타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단행한 금융실명제와 군내 사조직 척결도 재평가되고 있다.

‘이봐, 해봤어?’라는 불굴의 도전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아산의 기업가 정신에서 활력을 잃은 우리 경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도 한창이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열여섯 나이에 무작정 상경했던 아산은 요즘 말로 원조 ‘흙수저’였다. 그가 무허가 자동차수리공장에서 시작해 허허벌판에 조선소를 세우고 중동의 대규모 항만공사를 수주하며 세계적 기업을 일구어낸 과정은 기적이라 부를만 하다. 하지만 아산은 ‘진취적인 기상과 신념, 불굴의 노력이 성취를 거둔 열쇠’라고 자평했다.

아산과 YS는 대한민국이 걸어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아산은 창조적인 경영리더십으로 건설, 조선, 자동차등 기간산업을 키워 한국경제가 빈곤에서 탈출하는 추동력을 제공했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데 머물지 않고 사업보국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치자금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정치에 참여하겠다며 199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것은 옥의 티였다. 돈과 정치 권력을 함께 가지려는데 대한 반감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아산이 출마했던 대선에서 승리한 YS는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죄로 법정에 세우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며 대담한 개혁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선진국 클럽인 OECD에 가입했다고 샴페인을 터뜨리는 사이 덩치만 큰 약체 기업들이 침몰하고 외환이 고갈되면서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지경에 몰렸다. 첫 문민 대통령의 경제성적표는 낙제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IMF체제는 산업화 시대에 고속성장 과정에서 부풀려진 거품을 없애고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경유착과 대마불사 논리에 취해 외형만 키우던 기업들에게 내실을 다지도록 강요함으로써 선진 경제시스템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됐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그들이 떠난 지금 우리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치권은 소아병적인 진영 논리에 함몰돼 국민은 외면한채 자기들만의 리그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대기업도 벤처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잊고, 세계시장에서 혈투를 벌이는 대기업들을 주저앉히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대기업도 2~3세 총수들은 단기 성과에 급급해 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YS가 보여줬던 의회민주주의를 통한 타협과 화합의 정치나, 아산이 남긴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창의적 도전을 찾을 수 없다. 한국 경제가 비상과 추락의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에서 YS와 아산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고 발전시켜야 할 때다. 

parks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