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기업가로 알려진 에스테베스는 자산 21억달러(약 2조8647억원)를 보유한 브라질 부호 13위다.
지난 25일 에스테베스는 브라질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 비리의혹과 관련한 수사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스테베스 CEO는 현재 수감돼 공판을 앞둔 네스토 세베로 전 페트로브라스 국제사업국장에게 감형을 조건으로 사법당국에 자신과 관련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제안하며 회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드레 에스테베스 브라질 최대 투자은행 BTG팩추얼 최고경영자(CEO) |
에스테베스 체포는 가뜩이나 안좋은 브라질 경제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BTG팩츄얼 신용등급 강등과 뱅크런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산층 가정 출신인 에스테베스는 어릴 적, 중산층이라고 해도 치즈나 요구르트 등 기본 식품조차 사기 힘든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그는 과거 F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배고프고 가난해서 꼭 부자가 되고 싶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에스테베스는 21살이 되던 1989년 IT(정보기술)분야에서 시스템 분석가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승승장구해 불과 10년 만에 회사를 이끄는 지위에까지 올랐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승부사였다. 에스테베스는 자신이 다니던 팩츄얼은행이 2006년 UBS에 26억달러에 매각되자, 2009년 금융위기 때 저가로 다시 매입해 BTG팩츄얼로 사명을 바꾸고 중남미 최대 투자은행으로 키웠다. 이 때문에 그는 브라질이 호황을 누렸던 2000년대 ‘브라질 금융계 영웅’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안드레 에스테베스 |
이후 해외 국부펀드에서 18억달러 자본을 유치하고, 중남미 국가와 중국 증권회사 주식을 사들이는가 하면, 10억달러 규모 아프리카 투자 사모펀드를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20억달러를 조달했다. 이에 따라 BTG운용자산은 2000억달러로 두배 늘었다.
그는 당시 “자산운용은 우리의 피와 살이며, 세계적인 규모로 키워나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체포로 에스테베스의 성장가도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FT는 “임시구속 명령을 받은 에스테베스의 혐의가 입증되면 그의 화려한 이력은 돌연 운명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체포 소식이 알려진 뒤 BTG팩츄얼의 주가는 장중 최대 39%까지 폭락했다. 달러대비 헤알화 가치는 1.9% 떨어졌고, 피치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BTG팩츄얼 신용등급 강등의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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