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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페우디 와인’소개…롯데백화점 주류바이어 박호준 씨
“새로운 ‘신의 물방울’찾아 세계 누비죠”

국내 유명와인 위주 소비풍토 아쉬워
유럽 ‘점심후 와인 한잔’문화 이식이 꿈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와이너리 ‘페우디 디 산 그레고리오’가 있다. 365일 클래식을 틀어 와인을 숙성시키는 이곳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익히 이름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맛을 볼 기회가 흔치 않았다. 그러다 최근 롯데백화점에서 창립 36주년 기념 와인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페우디 피아노 디 몬테벌진 타우라시 리제르바’와 ‘페우디 트리가이오 비노 로소’를 출시하면서 한국에서도 그 맛을 느껴볼 기회를 갖게 됐다.



페우디 와인을 국내에 선보인 이는 롯데백화점 주류 바이어 박호준(35·사진) 씨다. 대학 시절 헝가리 여행을 갔다가 민박집 주인이 건네준 토카이아수의 달콤한 맛에 반한 그는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유명한 와인학교인 카파(CAFA)에서 2년간 공부를 하고 와인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그는 수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총괄 소믈리에로 근무했지만, 2년 전 롯데백화점 주류 바이어로 자리를 옮겼다.

“소믈리에는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와인이라는 한정된 선택지 내에서 고객에게 추천을 해주는 데 반해, 바이어는 아직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된 적 없었던 와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라고 박 씨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해였다. 그 대표 사례로 그는 이탈리아의 ‘프리미티보’라는 품종을 꼽았다. “호텔 근무할 때 만화 ‘신의 물방울’을 그린 작가가 찾아와서 좋아하는 와인이라며 소개해줘서 알게 됐는데, 입에 감칠맛이 도는 것이 한국인이 딱 좋아할만한 맛이었어요. 기회가 되면 꼭 수입해 보고 싶었죠.”

그렇게 지난 4월 ‘탈로 프리미티보 디 만두리아’를 비롯해 총 4종의 프리미티보 와인을 선보였는데 반 년만에 3만병이나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반적으로 와인 한 컨테이너(1만2000병)가 소진되는데 6개월에서 1년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지난달 말 판매하기 시작한 페우디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만5000여병이 팔렸다. 특히 ‘피아노 디 몬테벌진’은 이탈리아 3대 와인 품종으로 꼽힘에도 그간 국내에서 접할 수 없었던 알리아니코 와인을 들여왔다는 의의가 있다.

박 씨는 “우리나라는 아직 와인 시장이 초기 단계여서 까베르네쇼비뇽, 메를로, 쉬라즈 같은 유명한 와인 위주로 소비되고 있어요”라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품종을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줌으로써 기존의 틀을 깨주는 것이 제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 국민의 연간 와인소비량은 1인당 0.15ℓ(2013년 기준)로 소주의 600분의 1에 불과하다. 박 씨가 “1인당 와인소비량을 1병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라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바이어로서나 소믈리에로서나 제일 부러운 건 유럽처럼 점심 먹으면서 와인 한잔 할 수 있는 문화에요”라며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와인을 찾아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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