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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nter 엔터] “소설은 그만” ‘마리텔’ PD의 해명…‘무도’였기 때문일까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쯤되면 정말 ‘채팅창’ 악플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무한도전’이기 때문이었을까.

두 명의 ‘무한도전’(MBC) 멤버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MBC)에 차출됐다.

박명수가 먼저였다. 그의 출사표는 야심찼다. ‘자기만의 콘텐츠’로 디제잉을 들고 나갔다. 방송 이후 박명수는 ‘불통의 아이콘’이 됐다. ‘무한도전’은 이걸 낚아채 ‘웃음 장례식’을 치렀다.



두 번째 타자는 정준하였다. 지난 21일 방송된 ‘무한도전’의 ‘무도드림’ 경매를 통해 정준하는 ‘마리텔’ 제작진에게 500만원을 주고 팔렸다. ‘무도’ 멤버들의 24시간을 경매에 붙인 특집이었다.

다음날인 22일 정준하는 ‘마리텔’ 생방송에 출연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를 정준하가 장악할 수 있었던 건 단지 그 시간대에 정준하의 1인방송이 전파를 타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 논란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미 ‘무한도전’ 경매에서 ‘마리텔’에 나가야 한다는 결정이 났을 때 정준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가 거기 가서 뭘 하냐”며 순식간에 수심이 가득해졌다.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이다. 출연자에겐 알차게 채워야할 세 시간이고, 시청자에겐 낭비하고 싶지 않은 세 시간이다. 웃음이 됐든, 정보가 됐든, 감동이 됐든 시청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뭔가를 얻어가길 원한다. 그래서 출연자들에겐 ‘자기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요리가 됐든 가면 만들기가 됐든, 개그가 됐든, 강의가 됐든. 



정준하는 스무 개의 다양한 박스를 준비해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노잼’ 방송이라는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악플도 많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프로그램은 난데없이 ‘가학성’ 논란에 휘말렸다. 정준하는 MBC 드라마 ‘모두 다 김치’ 가 남긴 명장면 ‘김치 싸대기’를 재연했다. 자기가 보여주는 것이 재미가 없으면 물풍선을 던지라는 제안도 했다. 물풍선 세례를 맞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다 먹지 못하면 물풍선을 던지라 했다. 또 물풍선 세례를 받았다.

모두가 정준하가 준비한 아이템이었으나, 제작진은 물론 김구라 방에 출연한 야구선수 유희관까지 총출동해 정준하에게 물풍선을 던지는 장면이 방송되자 집단 따돌림을 연상케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냐는 반응도 있었다. 



전반전에서 ‘노잼’이라는 반응이 끊이지 않자, 후반전에서 정준하가 내건 승부수였다. 하지만 방송 중 정준하의 표정이 굳어지는 장면이 몇 번 나오고, 정준하는 방송 중 카메라를 잠시 피해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도 비쳤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방송은 방송대로 논란이 일었고, ‘마리텔’의 골칫거리인 채팅창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출연자 한 사람 바보 만드는게 너무 눈에 보여 안쓰럽다”, “네티즌 500명 관리하느라 힘들 거라는 거 안다. 피디님 역량 아주 잘 봤다. 채팅창 관리 좀 하라”는 글이 줄을 이었다.

박진경 PD는 결국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채팅창 악플에 대한 담당PD의 입장이었다.

박 PD는 “제작진은 절대로 본방 채팅창의 악플을 방치하지 않는다. 파일럿 방송 이후 10개월여간 누적된 블랙리스트로 철저히 악성 유저들을 선 관리하고 있고 생방송 중에도 3명 이상의 관리자가 붙어서 매의 눈으로 모니터링 후 빠른 조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힘겹게 들어온 본방에서 굳이 쓸데없는 말을 해 소통의 기회를 날려버리려고는 하지 않는다”며 “욕설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지는 정말 한참 되었다. ‘나가 죽어라?’ 소설은 이제 그만”이라고 말했다.

박 PD의 이 같은 해명은 정준하의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는 입장이 많다. 특히 ‘소설은 이제 그만’이라는 말에서 당시 프로그램에 악의적인 글은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전한 제작진의 입장이다.

실제로 또 다른 네티즌들은 “당시 정준하의 방송에서 관리자는 평소보다 많은 5명이나 있었고, 최대치의 악플은 노잼 뿐이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때문에 정준하 방송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소위 ‘무도빠’로 불리는 거대한 시청세력의 움직임이 아니겠느냐는 반응 역시 적지 않다. ‘무도’ 팬들의 ‘무도’ 멤버 사수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오가는 시청자 반응은 출연자의 입장에서 상처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한 네티즌은 “시작 전부터 노잼 노잼이라고 하는데, 이게 악플이 아니고 뭐냐”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박 PD는 채팅창과 관련해서는 “악플의 위험성과 그것이 출연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저희 제작진이다”며 “앞으로도 악플 없는 클린 채팅창과 나아가 아름다운 인터넷 언어 문화 조성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 직후 불거진 가학성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생방송 이후 편집된 방송분은 28일 토요일 밤 전파를 탄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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