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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 키우기 힘들어”…‘키즈딜레이’ 선언하는 2030 엄마들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워킹맘 이연희(32ㆍ가명) 씨는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키즈딜레이(kids delay)’로 통한다. 모임 때마다 ‘결혼은 해도 아이는 최대한 늦게 낳기’를 권하는 것. 첫 아이를 낳고 최근 회사에 복귀한 후부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월 170만 원이나 하는 육아도우미 부담이 너무나 큰데, 장차 육아 뿐 아니라 밀린 대출금 등을 생각하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느 노릇”이라며 “이럴 바엔 아이 없이 부부가 함께 여행이나 다니며 남은 인생을 즐게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젊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키즈딜레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애써 결혼한 후에도 4~5년간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아 기르며 자기 생활을 즐기는 2030부부들이 늘고 있는 것. 보육비가 올라가고, 교육환경이 악화되면서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가 더욱 어려워진 현실도 키즈딜레이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2년 이내에 첫째 아이를 낳는 부부의 비중은 2008년 74.1%에서 2014년 71%로 줄었다.

반면 결혼 2~3년 내에 첫째아이를 낳는 부부의 비중은 2008년 17.9%에서 2014년 20.4%로, 결혼 3년~5년 이내에 첫째아이를 낳는 부부의 비중은 2008년 4.8%에서 5.5%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혼이후 첫째 아이를 낳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2008년 1.74년에서 지난 해 1.79년으로 늘어났다. 결혼 후 아이를 낳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젊은 부부들이 결혼이후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는 젊은이들의 달라진 인식과도 관계가 깊다.

어렵게 취업해 돈을 모아 결혼했는데, 또 다시 육아를 하느라 고생하느니 배우자와 안정된 삶을 좀 더 즐기는 게 행복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년 전 결혼한 이재영(33ㆍ가명) 씨는 “아내가 아이를 갖길 원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낳아야하겠지만 최대한 미루는 중”이라며 “장차 교육을 시키게 되면 우리 부부를 위해 쓸 수 있는 돈과 시간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출산 기피의 이유는 팍팍한 보육 현실 때문에 아이를 낳은 후에는 자신들의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이다.

전업주부인 안은미(32ㆍ여) 씨는 “육아 도우미가 200만 원 안팎으로 한 달 월급 수준이어서 차라리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매진하기로 했다”며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 어렵게 취업했는데 아이를 돌보느라 열심히 산 나의 과거가 쓸모없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여성단체들은 현실과 괴리된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며,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을 통해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재정지원 뿐 아니라 다양한 공적 인프라를 구축해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젊은이들이 출산과 결혼을 꺼리는 건 일자리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라며 “노동시장 내 일하는 엄마에 대한 비차별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어떤 저출산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첫째아이를 낳는데까지 걸리는 기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첫째아 1.78 1.79 1.78 1.78 1.74 1.76 1.79 1.75 1.76 1.77 1.79


<첫째아이를 낳기까지 부모의 결혼기간 구성비>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년 미만 72.2 71.5 71.9 73 74.1 72.4 71.7 72.9 72.5 72.1 71

2-3년 20 20.2 19.6 18 17.9 19.6 20.1 18.5 18.8 19.3 20.4

4-5년 5 5.4 5.4 5.5 4.8 4.7 4.8 5.3 5.4 5.3 5.5

<출처: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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