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합병안 반대로 부결
홍콩 최고재벌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의 후계구도가 또다시 좌초됐다. 리 회장 가족들이 소유한 지주사가 막대한 현금을 가진 계열사를 삼키려했으나 합병비율이 부적절하다며 소액주주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청쿵(長江)그룹 계열 파워에셋홀딩스(PAH, 電能實業)는 24일 청쿵인프라홀딩스(CKIㆍ長江基建)와의 합병 찬반을 묻는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가결을 위한 75%의 지지를 얻지 못해 무산됐다.
CKI는 리 회장 가족이 지분 75.7%를 가진 사실상 가족회사다. PAH는 CKI가 대주주(38.9%)지만 리 회장 가족 지분은 없다. 그런데 PAH는 87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CKI와 PAH가 합병하면 리 회장 일가는 통합법인의 지분 49.2%를 보유하면서 87억 달러의 현금을 사실상 손에 넣게 된다.
리커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 |
리커싱 회장 아들 빅터 리(李澤鉅) CKI회장 |
그런데 문제는 합병비율이었다.
CKI는 당초 PAH 주식 1주당 신주 1.04주를 주겠다고 제시했다가 주주들의 반발이 감지되자, 1.066주로 값을 상향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지급할 특별배당금도 1주당 5홍콩달러에서 7홍콩달러로 높혔다.
리 회장의 아들인 빅터 리(李澤鉅) CKI회장은 “인프라 사업은 높은 자본을 요구해 회사 규모가 클 수록 유리하다”며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기관투자자서비스(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여전히 PAH가 저평가됐다”고 주주에게 권고, 리 회장 일가의 꿈을 좌절시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요네(CLSA)도 주총 전 “이 교환비율로 합병안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한편 PAH 주주들을 올 초 15억8000만 달러어치의 CKI 채권에 투자하려는 안건도 부결시키며 리 회장 일가가 계열사 돈을 사금고화하려는 시도를 막아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