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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不安韓)시대]범죄, 노후ㆍ고용불안에…국민 10%만 “우리사회 안전”
[헤럴드경제=서경원ㆍ이세진 기자]‘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알랭 드 보통의 ‘불안’ 중에서)

우리나라가 과거에 비해 경제력은 상승했지만 고용불안과 범죄ㆍ테러ㆍ신종 질병 공포에 따른 스트레스로 심적 안정도는 떨어지면서 이른바 ‘불안한(不安韓) 시대‘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묻지마 범죄’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로 언제 생명의 위협을 느낄지 가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안전지대가 아니란 관측은 이를 더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헤럴드DB]

여기에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중장년층은 은퇴 후 걱정으로 각각 불투명한 미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더욱이 내달부터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20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위기설까지 제기되면서 그야말로 우리사회는 ‘불안의 상시화(常時化)’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2014 사회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에게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안전하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8.9%밖에 되지 않았다. ‘매우 안전하다’고 한 응답자는 고작 0.6%였다.


반대로 ‘불안하다’고 답한 사람은 39.5%, ‘매우 불안하다’는 응답자는 11.4%에 달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유없이 저지르는 묻지마 범죄는 올해도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사진=헤럴드DB]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는 28건에 달했다. 2012~2014년까지 매해 54~55건씩 꾸준히 발생되고 있다.

광교산 등산객 묻지마 살인, 도봉산 등산객 상대 묻지마 살인, 회칼로 2명을 살해한 진주인력사무소 앞 살인에 이어 최근 발생한 ‘트렁크 살인 사건’까지 장소와 시간대를 불문하고 충동적 강력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메르스로 민낯을 드러낸 방역시스템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잖다.

신종 바이러스 하나에도 처참히 무너져 버린 국내 의료 현실에 대한 트라우마와 불신이 중첩되면서 제2의 메르스 발생시 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염려증이다.

메르스 이후 발생된 건국대 집단 폐렴 증상과 최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집단 발생한 C형 간염까지 바이러스 공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또 지난주 세계적인 테러 조직 IS를 추종하는 외국인이 국내서 처음으로 검거돼 테러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비가시적 요인이지만 고용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안 요소다.

[사진=게티이미지]

취업난으로 사회 첫발부터 벽에 부딪힌 청년층을 비롯해 불안한 노후를 맞아야 하는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양태는 다르지만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은 유사하다.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한해 560만명 정도가 직장을 그만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라나는 학생들도 불안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50.5%가 미래 진로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또 같은 조사에서 행복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두번째로 많은 20.8%의 응답자가 미래 불안을 원인으로 꼽았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사회는 과거보다 현실에 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접하게 되면서 판단, 평가, 선택에 있어서 불안이 발생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이 말한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도 위험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용 불안정성 뿐만 아니라 취업한 상태에도 끊임없는 성과 압력을 받기 때문에 내면적으로 불안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며 “환경적으로도 가족적 결속력이 약화되고, 경쟁사회로 가다보니까 불안정한 심리가 치유되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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