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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메르스 환자 사망, 아내 피눈물 “사람 죽어야 종식”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마지막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로 남아있던 80번 환자가 결국 숨을 거뒀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80번 환자(35)는 이날 오전 3시께 기저질환인 악성림프종 치료 중 경과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 

감염 전 림프종으로 투병 중이던 이 환자는 지난 6월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72일 동안 메르스와 싸웠다. 암 투병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메르스까지 걸리면서 상태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메르스 환자 숨져


당초 지난달 1일 완치 판정을 받고 이틀 뒤 퇴원했지만 일주일 후 다시 바이러스가 나와 재입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과 양성의 경계 수준으로 판정됐다.

이 환자가 사망하면서 환자의 가족들이 최근 언론을 통해 호소한 절박한 글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메르스 감염력이 없는 환자인데도 반년 가까이 계속된 격리 조치로 제대로 된 항암치료도 한번 못 받고 죽어간다는 내용이다.

80번 환자의 아내는 지난 11일 다음 아고라 청원 페이지에 ‘80번 메르스 환자가 죽어갑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 글을 올려 10여일 만에 1만2000명에 달하는 네티즌의 서명을 받았다.

글쓴이는 메르스 80번 환자의 아내라고 밝힌 뒤 “지난해 4월 말 T세포 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자가 조혈모 세포 이식까지 진행해 회복했던 남편이 폐렴 증상으로 삼성서울병원에 5월27일 방문해 응급실에서 3일간 대기했다”고 적었다. “이날 의료진은 폐렴은 괜찮다며 항생제 처방을 한 뒤 귀가시켰고 이후 병세가 악화돼 다시 방문했다”는 글쓴이는 “메르스를 검사를 요구했지만 의료진들은 림프종 재발이라며 메르스는 걱정 말라고 했지만 6월5일 1차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와 격리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7월2일까지 삼성서울병원 격리병실에서 대증치료(병의 증상에 대응하는 치료)만 받게 됐다”며 메르스 때문에 지연된 항암치료로 병세가 돼 결국 7월 3일 서울대학병원으로 이송, 메르스 치료부터 받게 됐고 뒤늦게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극심한 부작용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월 중순 3일 연속 음성이 나왔지만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이 격리해제 기준을 합의하지 못해 해제 되지 못해 어느덧 12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고 적은 글쓴이는 “사람들은 우리를 잊었나 보다. 메르스 공식선언과 사실상 종식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모든 치료와 검사를 음압실에서 하다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학병원이 본인들 입장 때문에 나몰라하는 동안 남편에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도사리고 있을까봐 심장이 터진다”며 네 살짜리 어린 아이의 아빠인 남편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배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격리해제 기준조차 없었다. 앞서 모든 메르스 환자들은 48시간 기준으로 두 차례 음성판정을 받으면 퇴원했지만 남편만 24시간 기준으로 두 번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했었다. 장기입원을 했었음에도 왜 다른 환자들보다 빠른 퇴원 기준을 적용했었는가”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또 “8월 중순 3일 연속 음성이 나왔지만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이 격리해제 기준을 합의하지 못해 해제 되지 못해 어느덧 12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고 적은 글쓴이는 “사람들은 우리를 잊었나 보다. 메르스 공식선언과 사실상 종식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경제가 타격을 받은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 바 있다.

덧붙여 “모든 치료와 검사를 음압실에서 하다보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학병원이 본인들 입장 때문에 나몰라하는 동안 남편에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도사리고 있을까봐 심장이 터진다”며 네 살짜리 어린 아이의 아빠인 남편을 살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배씨의 안타까운 글은 80번 환자의 사망 소식과 함께 재조명되며 기저질환을 고려하지 않은 질본의 격리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축 메르스 종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마지막 메르스 환자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형이 메르스 때문에 지난 5월 말 격리 조치 됐다가 의사 공식 소견으로 8월부터 전염성이 극히 낮은 상태로 반 년 간 갇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또 “결국 메르스로 격리돼 제대로 된 항암치료도 못 받고 죽는다”며 “사흘 남았다고 한다. 본인은 모르고 4살 아들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질병관리본부 공무원 축하한다.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 환자의 죽음으로 메르스가 결국 종식됐다”고 분노하며 “앞으로 전염병에 걸리면 자살을 추천한다. 아니면 질본(질병관리본부)이 죽일 거니까”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글이 올라온 다음날인 25일 오전, 결국 80번 환자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메르스 공식 종선선언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80번 환자가 아직 음성 판정을 받지 않은 시점에서 종식 선언을 하기 어렵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당시 이 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28일 후 종식 선언을 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한편 현재까지 숨진 메르스 환자는 186명 중 38명이다. 치사율은 20.4%로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감염병 종식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환자가 1명도 남지 않게 된 날로부터 28일(최대 잠복기 14일의 2배)이 지났을 때 선언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다음달 23일 메르스 공식종식을 선언하게 된다.

다만 이미 정부가 지난 7월28일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고 WHO가 한국의 상황에 대해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바 있어 공식 선언을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j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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