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김영삼 1927~2015]음수사원·직정경행·시래기국…...짧은 문구에 담긴 ‘방명록 정치’
서거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게 딱 한마디를 전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드려야 할까. YS의 빈소를 찾은 정치권 거목을 비롯한 각계 주요 인사는 ‘방명록’을 통해 그 한마디를 전했다.

한 줄 내외의 짧은 문장이지만 어떤 이는 ‘사자성어’를 인용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어떤 이는 고인을 추억ㆍ칭송하는 말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정치행보의 방향을 볼 힌트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방명록의 기록은 곧 정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방명록 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23일 YS 빈소 앞에 놓인 방명록에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적었다. 이 전 총재는 그 의미에 대해 “물을 마시면 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라며 “우리나라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기셨다”고 설명했다. ‘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다. 과거 ‘삼김(三金)청산’을 외치며 초래된 YS와의 불편한 관계가 일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찬종 전 의원 방명록 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출신의 박찬종 전 의원은 지난 22일 ‘직정경행(直情徑行ㆍ생각한 것을 꾸밈없이 행동으로 나타냄)의 신념의 지도자, 안식하소서’라는 글귀를 남겼다. 이는 박 전 의원이 ‘양김 분열’ 이후 YS와 결별하고, 1990년 3당 합당 때 여당합류를 거부한 발자취와 연결됐다. 박 전 의원은 다음날 라디오에 출연, “(YS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를 안 했다”며 “다만 (김대중 후보와) 단일화를 안 한 것은 굉장히 아쉽다”고 소회를 밝혔다.

YS와 개인적인 인연이나 추억을 고스란히 방명록에 담은 사람도 있었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아침에 가면 사모님의 시래기국, 밤에 가면 대통령님의 와인을 주셨던 상도동을 기억하며 감사 드립니다’라고 썼다. 이 지사는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년 기자 시절에 상도동을 담당하면서 무수히 얻어 먹었던 사모님의 멸치를 넣은 된장 시래기국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YS와 같은 경남 거제 출신인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방명록에 ‘저를 정계로 이끌어 주셨던 각하! 감사합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라고 썼다.

YS의 업적을 칭송하는 방명록의 글도 눈에 띄었다. 야권 인사들은 YS를 민주화의 역사를 이끈 산증인으로 회고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 땅에 민주화의 역사를 만든 큰 별이셨습니다’라고 적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김 전 대통령님의 민주정신과 개혁정신은 우리 역사에 영원히 빛날 것’이라고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민주주의를 일으키신 천하장수이셨습니다’라고 썼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진 지도자로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적었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