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사회공헌 프로젝트 르포신성할망식당·천보식당 등 영세음식점‘맛있는 제주만들기’ 맞춤컨설팅 지원전략메뉴 추가로 만들어 입소문 자자하루 매출 300만원 올리는 곳도 등장
호텔신라 사회공헌 프로젝트 르포신성할망식당·천보식당 등 영세음식점
‘맛있는 제주만들기’ 맞춤컨설팅 지원
전략메뉴 추가로 만들어 입소문 자자
하루 매출 300만원 올리는 곳도 등장
“점심시간만 지나면 동네사람들 아지트였어요.”
점심시간이 한참은 지났을 무렵, 제주시 연동에 있는 ‘신성할망식당’을 찾았다. 식당 한켠에서는 50대 중후반대의 남성손님 두 명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인에게 전수받은 얼큰한 고기국수로 장사를 해오던 이 신성할망식당은 지난해 2월 호텔신라의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1호점으로 선정, 맞춤건설팅을 받아 재개장한 곳이다. 맛있는 제주만들기는 제주 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식당의 재기를 돕고 제주의 맛을 알리기 위해 호텔신라가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한상 가득 차린 천보식당의 정식 메뉴. |
“제주 음식이라 입 맛에 조금 안 맞으실 수 있어요.” 원조 고기국수와 원조 국밥을 주문했다. 두 메뉴 모두 얼큰한 맛과 순한 맛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컨설팅을 받기 전에는 지인에게 배운 얼큰한 맛의 고기국수를 주메뉴로 판매해왔다. 신성할망식당의 박정미(46) 사장은 “신라호텔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손님이 맛을 선택하면 좋겠다고 해서 얼큰한 맛과 순한 맛으로 나눴다”고 했다. 신라호텔이 식당을 자주 찾는 손님들에게 설문을 진행, ‘순한 맛이 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반영한 결과다.
근처에 있는 시청 공무원, 회사원들을 중심으로 점심장사를 주로 해왔다는 이 곳은 맛있는 제주만들기 1호점으로 재개장한 후 꾸준히 손님이 찾는 식당이 됐다. 식사를 하는 중간에도 여성 손님 두 명이 들어와 국밥을 주문했다. 신성할망식당이 판매하는 메뉴는 고기국수와 국밥을 포함해 총 4가지. 그 중 할망돼지볶음은 점심장사 후 ‘동네 사랑방’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식당의 손님을 늘리기 위해 신라호텔이 전략적으로 만들어낸 메뉴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신라호텔 박영준(35) 셰프는 “저녁 매출이 0원이어서 저녁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흑돼지 볶음을 개발했다”며 “이 외에도 육수, 간 등 맛의 일관성을 주기 위한 방법 등을 점주에게 컨설팅했다”고 했다.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서귀포 제주올레시장 근처에 위치한 천보식당은 맛있는 제주만들기 10호점으로 선정, 지난 8월 재개장했다. 메인메뉴인 오리진흙구이와 천보정식 중 오징어순대와 돔베고기가 함께 나오는 1만8000원짜리(2인기준) 정식을 주문했다. 일곱여가지 찬, 계란찜, 강된장, 돔베고기와 오징어 숙회, 조기구이가 차려지니 테이블이 모자랄 정도였다. 정식은 재개장을 하면서 신라호텔 컨설팅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메뉴다.
“물이 좋지 않아 오징어 순대 대신 숙회도 괜찮겠냐”는 사장의 양해가 무색할만큼 잘나온 한 상에 함께 간 지인은 “부담없고 맛있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제주하면 생각나는 돔베고기에 오징어가 곁들여진 것은 단지 차림새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박 셰프는 “컨설팅 당시 제주도에 수온변화 때문에 오징어 값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며 “10호점 오픈할때 오징어가 3분의1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해서 지역 수산물 활성화 취지에서 오징어 순대를 메뉴에 넣었다”고 했다.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재개장하기 전, 현재 11호점까지 개장한 이 식당들은 저조한 매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곳이다. 한 점주의 말을 빌리자면 “입에 풀칠을 겨우 할 정도”였다. 재개장 후, 외부인의 방문도 전체 손님 중 30% 이상으로 늘었다. 한 식당의 경우 하루 매출 300만원을 올릴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생계를 꾸리는 것만으로 벅찼던 영세경영주들은 컨설팅을 통해 생긴 작은 ‘여유’를 나누기 위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지난 10월 경로회관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박 사장은 “(지원을)받는 입장이 되니까 우리도 받은 것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마음을 모았다”며 “지금은 작지만 고아원이나 노인정들을 찾아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