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아산 탄생 100주년, 代를 잇는 기업가정신] 아산 DNA 물려받은 MK〈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車·철강·건설’융합, 선친 꿈 일구다
아산(峨山)은 사라졌어도 정신은 남았다. 아산의 2세는 그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후세를 통해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산 타계 후 현대그룹을 모체로 했던 계열사들은 그룹별로 분리됐다. 이 중 집안의 장자 정몽구 회장이 출범시킨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빅5’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과거 전성기 현대의 위상을 대변할 정도다. 그러나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집념의 정주영에 이어 결단의 정몽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1년 3월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10주년을 맞아 열린 사진전에서 정몽구(왼쪽) 회장이 아산과 함께 기아차를 둘러보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현장에 답있다”부활한 아산 경영철학

정몽구 회장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한때 후계구도에서 밀려나는 쓴잔을 마셨지만 자동차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위반 딱지를 뗄 정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유명 토크쇼에서 한때 조롱의 대상이 됐던 현대차. 그러나 아반떼와 쏘나타, 그랜저의 성공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런칭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에 이어 세계 럭셔리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준비를 마쳤다.

주변 사람들은 정몽구 회장이 아산의 경영철학을 쏙 빼닮았다고 말한다. 정 회장은 ‘품질경영ㆍ현장경영’을 강조한다. 현대차그룹을 출범시킨 다음해인 2001년 본격 현지화 경영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상머리에는 아무 것도 없다. 현장에 가면 답이 있다’는 것이다. 전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아버지 아산으로부터 DNA를 물려받았다. 현대ㆍ기아차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양과 품질면에서 세계적인 업체가 된 원천이라는 설명이다.

기아차 인수 ‘승자의 저주’ 품질로 돌파

밑바닥부터 다진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품질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는다. 그러면서 기회를 포착했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는 3저 호황을 맞아 레저 붐이 일었다. 정 회장은 1991년 4륜 구동 SUV 갤로퍼로 대박을 치며 쌍용차 코란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 출시 두달만에 매출 330억원을 올린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SUV라는 카테고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1997년 7월 기아차가 부도의 길을 걷게 된다. 세간의 관심은 누가 인수할지였다. 그러나 막대한 부채가 걸림돌이었다. 당시 정세영 명예회장은 기아차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아산이 기아차 인수를 검토하자 정몽구 회장이 선두에 나섰다. 당시 글로벌 업체들은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현대와 삼성으로 좁혀진 인수전은 현대의 승리로 일단락됐고, 2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현대차는 국내 독보적인 자동차 그룹이 됐다. 기아차 인수를 만류했던 정세영 명예회장은 자동차 사업에 손을 뗀다. 하지만 시련은 또다시 찾아왔다. 정몽구 회장은 품질경영에 시동을 걸지만, 국내외에선 혹평이 연속됐고 리콜이 쇄도했다. 이 역시 정면 돌파했다.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고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車·철강·건설 삼각편대…세계시장 공략

기아차 뿐만 아니다. 2004년 한보철강 당진공장 인수에 이어 2006년 INI 스틸을 현대제철로 사명을 변경해 출범시켰다. 이어 2011년 현대그룹의 모기업 현대건설을 품에 안으며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철강에서 건설까지, 금융과 IT 서비스’를 아우르며 아산의 꿈을 실현시켰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자동차ㆍ철강ㆍ건설’ 삼각편대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글로벌 주요 자동차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개발ㆍ생산할 수 있다. 기초 소재 단계부터 차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입찰에서 2등은 꼴찌’라는 아산의 말처럼,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낙찰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여기에 컨벤션센터와 호텔, 자동차 테마파크 등을 갖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또다른 도약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정몽구 회장은 아울러 사재를 출연한 사회복지재단 정몽구재단을 2007년 설립,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아산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3세서도 빛발하는 아산의 열정·도전정신

부자 3대 가기 어렵다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범 현대가는 대를 이어갈수록 번창하는 추세다. 창업자 아산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전해진 것일까. 집안의 적통을 이어받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엄격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현대차에 입사해 영업 및 기획담당 상무와 기아차 해외담당 사장을 역임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성패가 정 부회장에게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최근 제네시스 런칭 행사에서 “설계 단계부터 현대제철의 초고장력강 기술이 적용된 첫 차로, 현대차그룹 모든 계열사의 핵심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의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꿈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