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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S 서거] 분노ㆍ경건ㆍ차분…盧ㆍDJㆍYS의 다른 마지막 길
[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대통령을 떠나 보내는 슬픔은 같지만 눈물의 색은 다르다. 충격 그 자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울분을 토하는 울음이 뒤덮였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큰 어른을 떠나 보낸다는 경건함이 흘렀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이보다 한결 차분한 분위기다. ‘양김시대’가 마무리됐다는, 이젠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지난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주말에 전 국민은 믿기 어려운 비보를 전해 들었다. 충격적인 자살 과정을 두고 음모론도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중단을 발표했고, 봉하마을엔 추모객이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에는 고인이 마지막에 찾았다는 담배가 향을 대신했고, 봉하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촛불과 현수막이 가득했다. 

고(故) 노무현ㆍ김대중ㆍ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 등과 한 자리에 모인 모습 [사진=헤럴드 DB]

장례 기간 내내 분향소에선 고성과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봉하마을을 찾은 한승수 국무총리는 거센 항의로 분향도 드리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거부 당하다가 새벽에서야 가까스로 조문했다. 이회장 총재의 차는 계란 세례를 맞았다. 영결식에서도 오열, 만장, 노란 비행기가 가득했다. ‘바보 노무현’의 마지막 길, 눈물의 색은 ‘분노’였다.

같은 해 8월, 또 다시 한국사회는 대통령을 떠나 보냈다. DJ의 서거 때 국민은 또 다른 눈물을 흘렸다. 비통하기보다는 경건함이 흘렀다. ‘큰 어른’을 보내드린다는 경건함이었다.

DJ 서거의 화두는 ‘화해’였다. DJ는 시간과 기회를 주었다. 7월 13일 폐렴으로 입원해 약 한 달 뒤 서거하기 전까지, 그 시간은 화해의 손짓이었다.

평생의 적이자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DJ를 병문안하며 “화해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DJ에게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병원으로 달려왔다. 생사의 기로에서 DJ는 국민, 그리고 정적에게 마지막 길을 준비할 시간을 줬고, 시종일관 경건한 분위기 속에 DJ는 세상과 이별했다. 

고(故)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호탕하게 웃는 모습 [사진=헤럴드 DB]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또 다시 눈물을 쏟아 내지만, 이번엔 또 온도가 다르다. 빈소에 모인 정치인, 사회 각층 주요 인사는 YS 서거에 눈물 흘리면서도 그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 통합과 화합의 뜻을 받들겠다”고 했고, 상주를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화 최대 공로자이자 문민개혁의 영웅을 애도하며 그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화합의 메시지는 DJ 서거 당시와 같지만,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다. DJ에 이어 YS까지 이젠 진정 ‘양김시대’가 저물었다. 한 시대가 끝났단 의미다. 더 이상 과거 1세대 민주화의 후광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숙제가 떨어졌다. 구태정치를 벗고, 이젠 ‘포스트 양김시대’를 고민해야 할 때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온도 차는 각 대통령 서거 때마다 부각된 이미지로도 확인할 수 있다. ‘바보 노무현’은 역설적인 울분의 상징이었다. ‘인동초’는 꿋꿋한 민주화 시대의 삶을, ‘대도무문(大道無門)’은 이제 이 사회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대표한다. 분노ㆍ과거ㆍ미래로 이어지는 세 대통령 서거다.

국민장, 국장, 국가장으로 진행된 각 대통령의 장례절차도 이와 유사하다. 국민이 주도한 국민장(노무현), 국가가 담당한 국장(DJ)에 이어 이번엔 두 의미를 합친 국가장(YS)으로 치러진다. 분노, 오열이 고스란히 퍼졌던 국민장이나 국가 중심으로 위엄을 강조했던 국장에 이어 이번엔 새로 개정된 ‘국가장법’에 따라 진행되는 첫 사례다. 국민장과 국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법으로 방지하면서 차분한 장례 절차를 유도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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