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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증 걸린 세일’…두달새 ‘메가톤급 할인행사’ 세차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민간 주도 세일 행사인 ‘K-세일 데이’가 지난 20일 본격 시작한 가운데, 두 달 사이 연속 세차례나 진행된 대규모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의 세일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K-세일 행사 첫 사흘(20~22일) 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이 8.6% 신장했고, 신세계백화점도 4.1% 늘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모두 매출이 오른 상황이지만, 지난달 열렸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당시 백화점 업계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롯데백화점 22.5%, 현대백화점 20.2% 등 전체로 따지면 24.0% 증가했다. ‘무늬만 세일’, ‘속 빈 강정’ 등 각종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K-세일보다 좋은 실적을 보였던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푸드&리빙페어’라는 이름의 ‘출장세일’을 열었다.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기존 할인율보다 10~20% 할인율을 높여 남성ㆍ여성ㆍ가전 용품을 40~8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인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특히 이번 행사는 블프 당시 할인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유통업체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만전을 기한 터였다. 백화점 3사(롯데ㆍ현대ㆍ신세계)는 행사 참가업체를 대폭 늘리고 가전제품도 행사에 끼워넣었다. ‘블프보다 규모가 큰 역대 최대 행사’ㆍ‘노마진’ㆍ‘출장세일’ 등의 간판이 내걸렸지만 실적은 그 전만 못했던 것이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블프는 계절이 바뀌는 시점이었던 데다, 추석 직후였고, 처음으로 국가가 주도해 벌인 행사라는 명분 덕분에 매출 신장을 이끌 수 있었다”며 “K-세일은 주말 사이 날씨가 좋지 않았고, 조만간 기온이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향후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잇따른 행사에 소비자들의 ‘세일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10월부터 현재까지 유통업계에서 벌인 대규모 할인 행사는 10월초 블프(10/1~10/15), 11월초 유통업체 창립 기념 행사(10여일), K-세일(11/20~12/15) 등 3가지에 이른다. 10ㆍ11월 두 달은 비세일기간보다 세일기간이 더 많다. 연중으로 따질 경우 세일 일수가 100일에 육박해 사흘에 한 번꼴로 세일을 벌이는 셈이다. 직작인 임모(36) 씨는 “‘제 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있다지만, 이제 제값은 세일가를 말하는 건지 정가를 말하는 건지도 헷갈릴 지경”이라고 했다.

세일 효과가 반감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세일 명분으로 내세우는 ‘내수 살리기’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 원인 중 한가지로 4분기에 예정된 대규모 세일에 지갑을 열기 위해 미리 지출을 줄이는 ‘소비대기수요’가 발생한 것이 꼽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뻔한 상황에서 세일 일수만 늘리게 되면, 전체 내수 수요 총액은 그대로인 채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식의 매출 이동이 나타난다”며 “경쟁업체들이 모두 세일에 나서는 상황에서는 세일을 하지 않는 업체만 손해를 보게 돼 제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행사를 벌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번 행사를 주관한 유통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2년전부터 시작했던 것을 지난해 ‘K-세일’이라는 새 이름을 달고 진행한 것”이라며 “여러 논란을 감안해 향후 정례화하는 과정에서 행사 시기 및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의 관계 정립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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