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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손주들의 전쟁’…주류업계 3세들 치열한 경쟁 예고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ㆍ김현일 기자] 국내 주류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올해 저도주와 과일소주 등 신제품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았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오너 3세들이 경영 일선에 전면 등장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세대인 이들은 신규 브랜드 개발과 신선한 방식의 마케팅으로 ‘소맥’에 질린 동년배 소비자들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주류업계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할 경우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속 승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젊은 후계자들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 영ㆍ호남 맞수 ‘보해’-‘무학’ 나란히 3세 경영 시동=보해양조는 지난 6일 임지선(31)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임지선 부사장은 보해양조의 모회사 창해에탄올 임성우 회장의 큰 딸이자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손녀다.

임지선 보해양조 부사장

미국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파나소닉 인사팀장으로 근무했던 임 부사장은 2013년 11월 보해양조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가족경영에 참여했다. 임성우 회장의 자녀들(1남2녀) 중 유일하게 경영에 뛰어든 그는 이번에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유력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전남 목포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보해양조는 그동안 호남지역 향토주 ‘잎새주’와 ‘복분자’ 등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임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한 이후 도수가 낮은 소주 ‘아홉시반’과 ‘잎새주 부라더’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전국으로 외연을 확장 중이다.

보해양조 주류

원래 보해양조는 창업주의 장남 임건우 전 회장이 맡아 경영을 해왔지만 2011년 보해저축은행 사태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차남 임성우 회장이 나서 형의 회사를 인수했다.
 
임 회장은 현재 보해양조의 모회사 창해에탄올의 지분 15%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 그룹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임 회장의 주식자산은 294억원(11월17일 기준)으로 평가된다. 임 부사장은 아직 관계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경남 지방의 향토기업 무학도 일찌감치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최재호 회장의 아들 최낙준(28) 씨는 지난 3월 무학에 입사하자마자 등기임원에 오르며 상무를 달았다. 1988년생인 최낙준 상무는 미국 유학 후 경남은행 재무기획부에서 약 1년간 근무하다 올해부터 회사로 들어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곡물상 출신 최위승 명예회장이 1965년 경남 마산의 소주회사를 인수한 것에서 출발한 무학은 차남 최재호 회장이 1994년부터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금까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23도 소주 ‘화이트’와 16.9도의 ‘좋은데이’를 내놓으며 소주 시장에 저도주 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엔 석류와 자몽, 복숭아 등 과일맛을 첨가한 ‘좋은데이 컬러시리즈’가 선전하면서 주가가 크게 뛰었다. 특히, 서울 강남과 여의도, 대학가를 중심으로 과일소주 열풍을 주도하며 지역소주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

무학 주류

현재 무학의 최대주주는 49.77%의 지분을 가진 최 회장이며 부인 이지수 씨도 0.98%를 보유해 최 회장 부부의 지분율은 50%가 넘는다. 최 회장은 주식자산만 6070억원으로 국내 주식부호 순위 30위권에 올라 있다. 지난 해까지 4200억원이었던 자산이 1년 만에 40%가량 뛰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조현준 효성그룹 사장 등 대기업 오너들을 앞질렀다. 최 상무는 아직 보유지분이 없다.

▶ 주류업계 3세 중 맏형 격 ‘하이트진로’ 박태영=주류업계에서 3세 경영의 스타트를 가장 빨리 끊은 건 하이트진로다. 고(故) 박경복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박문덕 회장의 장남 박태영(38) 전무는 지난 2012년 4월, 35세의 나이에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임명돼 경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다시 8개월 만에 전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에 빠르게 안착했다.

영국 런던의 메트로폴리탄대를 졸업한 박 전무는 이전까지 경영컨설팅업체 엔플랫폼(nPlatform)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업무를 해오다 아버지 회사에 합류했다. 현재 경영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작년 3월 아버지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그 역할이 더욱 부각된 상태다.

박태영 하이트진로 전무

아버지 박 회장은 현재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9.4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여전히 그룹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주식자산만 약 1400억원으로 평가된다. 반면, 박 전무는 아직 하이트진로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박 회장에 이어 하이트진로홀딩스 2대주주에 올라 있는 서영이앤티(27.66%)의 최대주주가 바로 박 전무다. 맥주 냉각기 제조사인 서영이앤티의 지분 58.44%를 그가 쥐고 있어 박 회장에서 박 전무로 이어지는 후계구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 막걸리ㆍ와인업계도 3세들 전진=전통주 업체 국순당도 지난 4일 창업주 고(故) 배상면 회장의 장손이자 배중호 대표의 아들 배상민(35) 씨를 상무로 신규 선임했다. 1981년생인 배상민 상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다국적 컨설팅 전문업체 모니터그룹에 근무하다 2012년부터 국순당에서 업무를 익혀왔다. 사내 기획, 구매 부서를 거쳐 이달부터 영업총괄본부장을 담당하고 있다.

배 상무는 현재 36.59%의 지분을 가진 아버지에 이어 국순당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미 27살이던 2008년 배 대표로부터 2.67%의 주식을 증여받은 배 상무는 현재 지분이 2.94%까지 증가했다. 배 대표의 주식자산은 420억원이며 배 상무는 38억원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자녀 배은경 씨는 1.33%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박소영 레뱅드매일 마케팅본부장

유가공업계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매일유업도 2001년부터 레뱅드매일을 통해 주류수입 및 판매를 하고 있다. 현재 레뱅드매일의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소영(29) 씨는 고(故)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의 손녀이자 김복용 회장의 외동딸 김진희 평택물류 대표의 장녀다. 

박 본부장은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UNLV(University of Nevada Las Vegas)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의 와인전문교육기관인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에서 고급반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본부장은 아직 관계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어머니 김진희 대표는 매일유업의 지분 2.61%와 평택물류의 지분 45%를 갖고 있다. 김 대표의 주식자산은 140억원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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