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글로벌] 글로벌증시‘파리테러’에 무덤덤한 이유
증시가 ‘파리테러’에도 든든히 버티고,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9.11테러’을 떠올리고, ‘버냉키 쇼크’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형 테러사건은 소비심리를 위축시고, 금리인상은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게 정설인데 그렇지 않았다. 증시가 튼튼해진 것일까? 아니다. 그 보다는 ‘너무 안 좋아서(too deep to fall)’ 그리고 ‘너무 많이 걸려있어서(too big to fail)’다.

유럽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만큼 소비가 침체돼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미 내수경기가 떨어질 데로 떨어졌으니 더 떨어질 여지도 적다. 오히려 유럽중앙은행(ECB)가 돈을 더 풀 확률만 높아졌다. 프랑스 증시가 테러이전(12일)보다 오른 이유다.

‘제로(0)’ 금리가 영원할 수는 없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 시기만 문제였다. 맞을까 말까 불안한 상태보다는 차라리 약하게 맞아버리는 편이 낫다. 연방준비제도(FRB)가 ‘약하게 때린다’는, 즉 금리를 올려도 천천히 올린다고 사실상 약속했다. 속이 편해졌다.

그럼 시장을 긍정적으로 봐야할까? 그 역시 아니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이다.

‘파리테러’의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최근 대규모 감원의 충격은 아직 실물경제에 채 전달되지 않았다. 높아진 테러공포가 소비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은 아주 크다. 유럽경제의 활력은 자유로운 왕래와 거래인데, 이번 테러로 국가간 벽이 높아졌다. 또 대(對) 테러정책 강화에는 돈이 든다. 유럽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 재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8년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는 가계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기업들은 저금리에 환호하며 엄청난 규모의 빚을 냈다. 인수합병(M&A)도 하고, 배당도 늘렸다. 아무리 싼 이자로 빌렸지만, 갚아야 한다. 장사가 잘 안되면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미국 항구의 물동량이 줄고, 월마트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감원도 잇따르고 있다.

경제가 좋아 증시가 활기를 띌 때는 유가 등 원자재 수요가 활발하거나, 스마트폰 같은 ‘혁신’이 등장했었다. ‘뚜렷한 뭔가’, 또는 ‘남다른 뭔가’가 없다면 경제와 증시를 낙관하기 어려운 때다. 많이 떨어지지도 않겠지만, 그다지 많이 오르기도 쉽지 않은 시장이다. 수익을 내려면 강해지는 통화나, 확실한 시장지배자, 빚 없는 기업에 집중할 때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