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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왕실-<23> 요르단]석유 한방울 안나도 ‘중동의 강자’…힘의 균형자 역할
올 공군機 피격…IS에 ‘피의 응징’맹세
現국왕 압둘라 2세 ‘신드롬’까지
타고난 武骨로 후세인1세 이어 왕위
강군 발판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도



2015년 1월 요르단 공군 소속 무아트 알카사스베 중위가 조종하던 전투기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격추돼 사로잡힌 뒤 화형에 처해진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2세는 ‘피의 복수’를 맹세한다. 요르단 국민들도 압둘라 2세를 열렬히 지지했고, 이는 최근 ‘압둘라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압둘라2세의 분노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 IS의 근거지는 옛 요르단 왕가인 ‘하시미테 가문(House of Hashemite)’의 땅이며, 부왕인 후세인 국왕이 그토록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중동지역의 평화를 깨는 것도 바로 IS이기 때문이다. 압둘라2세에게 IS는 반드시 응징해야할 대상인 셈이다.


타고난 무골(武骨) 압둘라2세=압둘라2세는 영국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육군 제13, 18 왕립 기병대에서 복무했다. 요르단으로 돌아와 40기갑여단 장교로 임무를 수행했고, 91기갑여단에선 전차 중대장을 맡았다. 왕립 요르단 공군 대전차부대에서는 코브라 공격 헬리콥터 조종훈련을 받기도 했다. 기갑연대장, 특전사령관을 역임하며 군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나갔고 국방력 강화에 기여했다. 스카이다이빙과 레이싱,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했다.

뜻밖의 왕위=1999년 1월, 64세의 후세인1세는 서거 2주 전에 돌연 왕위 계승자를 자신의 동생인 하산 빈 알 탈랄에서 아들인 압둘라2세로 전격 교체한다.

하산은 영국 옥스포드대 출신으로 아랍어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에 능통하고 헤브루어를 공부하기도 한 학자 타입이다. 평화외교에 평생을 바쳤던 후세인1세의 통치철학을 계승하기에 적임자다.

반면 압둘라2세는 무골인데다, 어머니는 앙투아네트 에이브릴 가디너란 이름을 가진 영국인이다. 후세인1세가 이혼 후 재혼한 까닭에 ‘여왕(Queen)’ 칭호도 얻지 못했다. 1972년에는 후세인1세와 이혼까지 했다.

‘핏줄’과 ’윤리‘을 중요시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자칫 약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디너는 결혼 직후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이름도 무나 알 후세인으로 바꿨다.

무나 왕비는 이혼 후에도 요르단을 떠나지 않았다. 왕실에서도 왕실 직책(Her Royal Highness Princess Muna al-Hussein)은 예전과 같이 유지했다. 무슬림은 국적보다 종교가 우선한다. 개가(改家)에도 비교적 관대하다. 무엇보다 영국은 현재 중동질서의 설계자이고, 여전히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분쟁의 해결…같은 길, 다른 방법=압둘라2세도 중동평화에 대한 기여노력은 아버지인 후세인1세만큼 적극적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중재했고, 2012년엔 국가수반으로는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방문했다.

하지만 ‘줄타기 외교의 명수’,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진 후세인1세와 달리 압둘라2세는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에 무게를 뒀다.

그는 즉위 후 첨단무기를 늘리고 F-16 전투기 편대를 증강시켰다. 다른 아랍국가들의 주력전차인 T-72, T-55 전차보다 성능이 뛰어난 챌린저 구축전차도 도입했다.

최근 시리아 내전에서 요르단은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에 가담, IS에 대한 공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편에 서서 예멘 내전에도 개입했다.

절대왕권 확립=국내에서 자신의 힘을 확실히 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우선 후세인1세의 유언에 따라 왕세제로 임명했던 이복동생 함자 빈 후세인을 2004년 폐위한다. 대신 2009년 자신의 아들인 후세인을 왕세자로 임명한다. 장자승계는 왕권강화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또 지난해에는 국왕이 총정보국(GID) 국장, 군통수권자 등을 임명할 독점적 권리를 갖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요르단 국왕은 최고군사령관이며 총리, 장관, 도지사 등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의회도 해산할 수 있다.

21세기, 압둘라2세의 경제적 업적=요르단은 광산업, 제조업, 건설업, 발전 등 산업분야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6%(2004년 기준)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요르단에서 각광받는 산업 분야는 바로 군수산업이다.

중동에서 가장 전쟁이 많은 지역에 위치한 데다, 유엔의 평화유지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요르단 군은 중동에서도 ‘강군’으로 손꼽힌다.

이 점에 착안해 압둘라2세는 1999년 왕실칙령으로 방위사업체인 압둘라국왕설계개발국(KADDB)을 세우고 군장비를 개발하는데 뛰어들었다. KADDB는 요르단 공군에 원천적인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중동지역에 적합한 국방지원물품, 상업용 장비를 생산하기도 했다. 개인장비와 장갑차량에서부터 경항공기 및 무인항공기까지 만든다. 석유가 나지 않는 불리한 경제여건을 군수산업으로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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