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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왕실-<23> 요르단]아랍 최고 명문가…숱한 전쟁 파란만장한 20세기
요르단 왕국으로만 따지만 현 압둘라2세까지 겨우 4대(代)째다. 하지만 요르단 왕가가 속한 하시미테(하심) 가문은 아랍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힌다. 한때 지금의 사우디, 이라크, 시리아 등 아랍 대부분을 호령했던 하심 왕가는 오스만투르크(터키)와의 싸움, 제2차 세계대전, 독립과 중동전쟁에 이르기까지 숱한 고난들을 겪으며 요르단 왕가로 명맥을 잇고 있다.


아랍의 명문=하심 가문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이다. 시조는 무함마드의 증조할아버지인 하심 이븐 압드 마나프다. 하심 가문은 이슬람 성지인 메카의 수호자였다. 이들은 10세기부터 1924년 사우드 왕가가 메카를 정복하기 전까지 오늘날의 사우디 대부분을 통치했다.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압둘 하미드2세는 1908년 하심 가문의 후세인 이븐 알리를 메카의 통치자(Emir)로 임명했다. 하지만 후세인은 1916년 영국과 손잡고 오스만제국에 반기를 들어 스스로를 ‘아랍의 왕’(King of the Arab Lands)에 오른다.

이 때 하심 가문에 의해 세워진 나라들이 헤자즈(1916~1925), 트란스요르단(1921~), 이라크(1921~1958), 시리아아랍(1921~1930) 등이다. 후세인 이븐 알리는 헤자즈를 직접 통치하고 아들 압둘라1세와 파이잘에게는 각각 트란스요르단과 이라크ㆍ시리아아랍왕국을 맡긴다.

하심 가문이 영국인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와 함께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오스만제국에서 독립하는 과정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담겼다.

뒤에 헤자즈왕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멸망하고, 시리아아랍왕국은 프랑스로 넘어간다. 이라크왕국은 1958년 쿠테타로 공화국으로 바뀐다. 오늘날 요르단은 하심 가문이 통치하는 유일한 나라다.

트란스요르단의 에미르 압둘라 1세는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1946년 독립해 왕위에 오르고, 1949년 국호를 ‘요르단 하심 왕국’으로 바꾼다.

▶‘평화’로 왕국 위상 높인 후세인 1세=압둘라1세가 요르단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후세인1세는 ‘현대 요르단의 아버지’다.

1951년 조부인 압둘라1세가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범에 암살 당하지만, 후세인1세는 할아버지가 준 메달에 총탄이 맞아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다.

압둘라1세의 왕위는 장자 탈랄 1세가 계승됐지만 정신질환으로 13개월만에 물러나고 후세인1세가 즉위한다.

후세인은 왕좌에 있으면서 무려 세 차례나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중동전쟁을 겪는다. 요르단은 중동 전쟁에서 모두 아랍연맹 편에 서지만, 후세인1세는 이스라엘과 평화적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다. 3차 중동 전쟁 때 조부가 수복한 예루살렘 등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빼앗겼지만, 4차 중동전쟁 때는 이스라엘에 아랍연맹의 기습계획을 귀띔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1세 때도 요르단의 군사력은 중동에서 손꼽힐 정도로 강했지만, 석유가 나지 않는 탓에 경제적으로는 서방의 원조에 의지해야만 했던 점도 후세인1세의 친(親) 서방외교의 이유였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마주한 탓에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도 요르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4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조약’으로 결실을 맺은 후에도 후세인1세는 중동지역 평화를 위해 노력한다.

경제적으로 후세인 국왕은 요르단 경제의 현대화에 앞장섰다. 그는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역점을 뒀다. 인산염과 칼륨, 시멘트 생산을 주요산업으로 키웠다. 덕분에 1960년대 가난한 나라 요르단은 1990년대 중진국 반열에 오른다.

후세인1세는 1970년대부터 요르단을 중동의 의료관광 중심지로도 육성했다. 요르단 민간병원협회(PHA) 조사결과 지난 2010년만 102개국 25만 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았다. 연간 수입만 10억달러에 달했다.

세계은행이 선정한 세계 5대 의료관광지 중 한 곳인 요르단에는 지금도 옛 소련 국가들, 유럽, 미국 등의 환자들이 장기이식, 심장수술, 레이저시력교정수술, 암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치료를 위해 방문한다. 더운 봄철기후와 홍해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내추럴 스파’(natural spa)가 되기도 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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