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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해외서 ‘자기 발에 총 쏘는 격’이라는 면세점 특허제
5년 마다 면세점 사업자가 바뀌는 특허제가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우리 스스로 얼마나 ‘바보 짓’을 하고 있는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쓴 소리가 해외에서 나왔다. 영국의 글로벌 유통 전문지 ‘무디리포트’는 한국의 특허제에 대해 “면세점과 브랜드의 5년간 계약은 재앙이며, 브랜드 가치를 깎아내리는 일”이라며 “한국이 세계적인 면세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행운이라고 판단했는데, 정부가 자기 발에 총을 쏜 셈(shoot itself in the foot)”이라고 논평했다.

이번에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잠실점을 잃은 롯데를 보면 ‘자기 발에 쏜 총’ 이라는 무디측의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무디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세계 면세점 1위는 스위스의 듀프리로 매출이 48억5000만 유로(2014년 기준)다. 글로벌 3위, 아시아 1위인 롯데면세점(33억4600만 유로)과는 15억400만 유로 차이다. 이같은 격차를 향후 5년내 따라잡겠다는 게 당초 롯데의 구상이었다. 명동을 낀 소공점이 선전하고 있고 잠실점은 내년말 준공되는 월드타워 가세로 5년간 총 13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어 글로벌 1위 점프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층고(123m) 기준 세계 4위 규모의 월드타워는 대한한국의 랜드마크이자 아시아의 관광 메카로 부상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면세점 시장의 큰 손인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지척에 있는 점도 절대 유리한 환경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특허 반납으로 3000억원의 월드타워점 이전 비용은 물론 종업원 수천명의 일자리가 날아갈 판이다. 롯데는 날개 하나가 꺾이면서 콧대 높은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한 협상력도 떨어지게 됐다.

면세점은 한 나라의 시장을 놓고 고만고만한 사업자끼리 다투는 내수산업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놓고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치열하게 경합하는 수출산업이다. 롯데와 신라(세계 7위) 등 국내 사업자가 지난 30여년간 수조원을 투자해 키워온 브랜드파워를 스스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해외의 경쟁국만 이롭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우물안 규제로 스스로 발목을 묶는 동안 중국과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대형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관광 진흥 마중물로서의 효과에눈을 뜬 것이다. 글로벌 시장판도도 상위 4개 사 비중이 2010년 16%에서 지난해 25%로 크게 늘었다. 신규진입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규모가 크건 작건 잘하는 면세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등생을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열등생으로 전락시키는 나라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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