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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도 주지마”…서초동 로펌 회칼소동 사연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올해 3월 서울 서초동의 A 법무법인(로펌)에 한 의뢰인이 겉옷 안주머니에 회칼을 품고 나타났다. 담당 변호사에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도 죽고 다 죽여버리겠다”며 거세게 따지는 의뢰인을 말리러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건의 주인공인 유상호(79ㆍ가명)씨는 “만나주지 않는 대표변호사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랬다”고 털어놨다.

[사진=헤럴드경제DB]

유씨는 아들의 이혼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A 로펌을 찾았다.

판사 출신인 대표변호사 B씨의 ‘이름값’을 믿은 유씨는 사건을 맡기기로 하고 수임료 5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사건을 진행한 것은 B씨가 아니라 생소한 이름의 변호사였다.

B씨에게 들어온 사건을 실제 담당하는 ‘새끼 변호사’였던 것.

법조계에선 흔한 일이지만 이런 관행을 잘 몰랐던 유씨는 “계약 당시 이런 말을 듣지 못했고 계약서상 수임인도 B씨로 돼있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뿐만 아니라 유씨는 선임 뒤 한참 동안 재판 진행 경과에 대해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가 패소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재판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 여러차례 B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잘 받지 않았고, 글을 쓸 줄 몰라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어 답답함만 쌓였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항소를 위해 다른 로펌을 알아보던 중 다른 곳의 수임료는 A 로펌보다 평균 60만원 낮은 사실을 알게 된 것.

노인수당 20만원에 청소일을 하는 아내의 월급 100만원으로 각종 약값과 생활비를 대며 생계를 유지하는 유씨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돈이었다.

차액이라도 돌려받자는 마음에 유씨는 A 로펌을 방문했다.

그에게 녹차를 건넨 직원에게 B씨는 “물을 왜 주냐. 주지 마”라며 면박을 주고 자리를 떴다. B씨와 얘기하고 싶다며 불러달라고 했지만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유씨는 로펌 출입문 건너편에 앉아 B씨를 기다렸고, 결국 회칼 소동으로 특수협박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감형받은 그는 “B씨가 내 얘기만 들어줬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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