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47일간의 세계여행] 68. 혹시 뎅기열? 겁이 덜컹…잊지못할 ‘남미의 마지막’
[헤럴드경제=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밤새 잠을 못 이루다 일찍 눈이 떠진다. 짧은 여름밤이라 이미 해는 떠 있다. 숙소 마당으로 나간다. 시골마을 여름아침의 싱그러운 공기가 떠다닌다. 오늘 하루에 빠라찌에서 상파울루로 이동해서 저녁에 공항에서 바로 마드리드로 출발할 예정이다. 다이어리를 꺼내 남미에서의 여정을 돌아보고 동행들에게 마지막 인사로 줄 엽서를 적는다. 이과수폭포에서 사둔 엽서에 인사 몇 마디를 적는데도 마음이 뭉클해온다.

이별의 아쉬움에 떠나는 상념까지 더해진 아침나절의 우울을 떨쳐 준 것은 급작스레 가려워진 다리 때문이다. 아침에 반바지차림으로 마당에 나와 엽서를 쓰며 이별의 감상에 젖어있는 동안 밤새 굶주린 모기들이 다리에 달라붙어 포식을 한 것이다. 



두드러기 난 것처럼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무지막지하게 가려워진다. 볼리비아 비자 때문에 황열병 예방주사는 맞고 왔지만 다른 주사는 안 맞았다. 얼른 방으로 들어가 후회하며 샤워를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남미의 마지막 기막힌 훈장을 달고 다리를 긁어대며 조식을 먹는다. 무슨 일이야 있겠냐 싶지만 걱정이 될 정도로 많이 물렸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니 뎅기열 조심하라는 플랜카드가 펄럭이고 있다. 설마 뎅기열은 안 걸리겠지 하면서도 남미에서의 마지막 날 그것도 아침의 모기 세례는 찝찝하다.

빠라찌에서 상파울루로 가는 6시간 내내 버스는 산을 돌아 오르내린다. 경치는 두말 할 것 없이 좋다. 빠라찌에서 폭염을 선사하던 하늘은 떠나는 것을 아는지 비를 쏟는다. 멀미나게 산허리를 감아 오르내리던 버스는 오후가 되어 상파울루 터미널에 도착한다. 



동행들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이제부터는 각자의 여정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역만리인 남미에서 함께하던 시간들이 추억이라는 앨범속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아침에 모기에 뜯기면서 준비한 엽서를 가방에 넣어준다. 예기치 못한 큰 선물이라도 받은 듯 그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건강하고 안전한 여행길을 빌어주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 오른다. 상파울루는 단지 출국을 위해서 온 도시라 날씨는 별상관이 없는데도, 내리는 비가 남미의 작별인사로 느껴진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수도 없이 검색했던, 이름도 생소한 상파울루 과률류스공항에 드디어 도착한다.

남은 브라질 화폐 헤알은 저녁 먹고 초콜릿 사서 다 써버리고 시간을 때우다가 저녁 7시 40분 비행기에 탑승한다. 동양인은 나 말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는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스페인어를 쏟아 붓는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오르면 내일은 마드리드에서 점심을 먹게 될 것이다. 상파울루의 야경이 멀어진다. 빠라찌부터 내내 이별 준비를 해서인지 이륙하는 기분이 생각보다는 담담하다.

아디오스 브라질, 그라시아스 남미!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