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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사람] 임금피크제 선택…KB국민銀 도곡점 윤선일 지점장
“급여 절반 줄었지만 선택 후회없어”

40대초 업계 첫 지점장 등 승승장구
평생 해온 일에 10%만 더 노력하면
가족과 많은 시간 보낼수 있어 행복



KB국민은행 도곡중앙지점에는 지점장이 두명이다. 그 중 한명이 윤선일(56·사진) 선임 지점장이다. 선임 지점장이라면 지점의 모든 권한을 가진 최고 결정권자로 느껴지지만 윤 선임 지점장은 “지점에서 가장 궃은 일을 도맡는 것이 내 임무이자 기쁨”라고 말한다.

사실 선임 지점장은 현역 시기 지점장을 지낸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윤 선임 지점장은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들에게는 보통 은행의 하루하루 업무를 점검하는 일상감사나 직원들의 기강을 바로잡는 내부통제 업무가 주어진다.

은행 셔터문이 닫히면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일과도 함께 끝난다. 그러나 윤 씨는 마감 업무에 바쁜 창구 직원들을 도와 서류 정리에 나선다. 일과시간에는 몸소 밖으로 나가 예전 고객들을 만나며 새로운 고객층 발굴에도 힘쓴다. 이 역시 공식적으로 주어진 임무는 아니다.

그가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것은 “39년간 은행에 몸담아 오며 팀장과 지점장으로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직 직원들과 나누는 것이 몸담아온 조직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직 직원 못지 않은 적극성으로 일하다보니 뜻밖의 상도 받았다.

지난 2일 KB국민은행 창립기념일에 수상한 ‘숨은 일꾼’ 상이 그것. 숫자로 나타나는 실적이 아닌 동료 직원들의 평가에 따라 추천되고 본부에서 심사하는 상이라 의미가 컸다.

일반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창구 전산프로그램을 가르쳐달라며 멘토 역할을 부탁하거나 지점 회식 때 막내 직원들을 제쳐두고 음식 서빙을 도맡아 하며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한 것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그는 서울 4대 명문 상업고등학교라는 동대문상고를 나와 19세부터 은행일을 해온 베테랑 은행원이다. 서울올림픽 선수촌 분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은행 최초로 40대 초반에 지점장을 다는 등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그 만큼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같은 또래 은행원들이 급여가 줄어드는 것 때문에 임금피크제 대신 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취업도 어렵고 퇴직금과 위로금을 쏟아부어 시작한 사업도 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평생 은행일만 해오다보니 새로운 시작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급여는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5년동안 해오던 일을 할 수 있고 줄어든 업무 시간에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원호연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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