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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다극체제 국제질서의 시험대 IS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끔찍한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의 비밀 회동 장소로 역할이 바뀌었고, 17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 20일(현지시간) 브뤼셀 유럽연합(EU) 내무장관급 회의 등 예정된 국제회의도 테러에 맞서 하나 된 국제사회의 연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예정에 없이 17일 파리에 들려 “다에시(IS를 비하하는 명칭)는 앞으로 수주일 내 더 커진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응징을 다짐했다. 케리 장관의 프랑스 방문은 내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간의 회담을 사전 조율하고, 슬픔에 빠진 파리 시민을 위로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사실 미국은 지난 1월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에브도 테러 때 방관자에 가까웠다. 올랑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40여명의 지도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거리 행진을 한 추모 행사에 오바마 대통령만 빠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국방예산 감축 등 줄곧 반전(反戰)을 지향했다. 중동문제도 소극적으로 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이라크 전 피로에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중동에선 IS 같은 독버섯이 자라났다. 미국이 키웠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미국은 IS가 미국인 인질을 참수한 다음에야 반IS 국제연합전선을 꾸렸다. IS 격퇴 전에서 공화당이 주장한 지상군 파병은 논외였다.

그러는 사이 IS는 국제평화와 인류애를 위협하는 암덩어리로 컸다. 매릴랜드대학이 조사한 글로벌테러리즘 집계를 보면 IS는 2000~14년까지 통틀어 가장 많은 테러 공격을 벌인 단체로 기록됐다. 2013년 초부터 활동을 본격화한 신생단체지만, 작년까지 757건 공격으로 보코하람(558), 탈리반(444), 알카에다(400)를 넘었다. 올들어 샤를리에브도 테러, 튀니지 해변 테러, 러시아 여객기 테러 등 자생적 테러리스트를 활용해 수법은 극랄하고, 더 대범해졌다.

11월13일 132명의 사망자를 낸 파리 테러 이후 미의 외교안보는 언뜻 기로에 선듯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제한적 파병 주장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확전에 반대하는 등 정권이 교체되지 않는 한 미의 소극적 태도는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미국의 빈자리를 대신해 러시아가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데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움츠려 있던 러는 시리아 해법에서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당장 공공의 적(IS)에 맞서 미-러가 손잡는 분위기지만, 러는 이란을 활용해 시리아에 친러 정부를 앉히고, 추후 유라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려 들 수 있다.

유럽연합, 나토, 국제연합을 통한 다국적군 결성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IS는 국제질서가 미국 일극에서 다극 또는 무극체제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출현한 새로운 도전이다. 이를 국제사회가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추후 출현할 제2, 제3의 IS를 조기에 봉쇄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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