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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FoodㆍLife 그릇이 ‘디자인’을 입었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따져보자면 우리가 입고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지금 열심히 비워져가는 커피잔도 어떻게 하면 음용자가 편하게 마실 수 있을 지, 어떻게 하면 커피의 따뜻함이 오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당연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사용자가 간과하는 작은 편리함들이 모여 불편함 없는 하루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눈으로 보는 즐거움은 디자인의 또 다른 역할이다. 단순한 것에 변화를 줌으로써 시각적인 신선함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의 영역은 늘 새롭고 즐겁다.

밥과 국, 반찬을 담는 그릇은 그것의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성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잘 깨지지 않고, 적당히 밥을 먹기 편한 모양을 했을 때 ‘쓸만한 것’으로 인정받는다. 

로얄코펜하겐 로얄 웨딩 리미티드 에디션. [사진제공=로얄코펜하겐]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생활수준이 올라가면서 사람들은 눈의 즐거움, 꾸미는 것의 즐거움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잘 차려진 식탁에서 그릇의 존재는 다만 음식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쁜 그릇, 잘 디자인된 그릇을 세팅하는 것만으로도 한 끼가 특별해 진다.

늘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이다. 오늘은 어제와 같고, 내일 역시 오늘과 같기에, ‘일상’ 속 디자인의 존재는 더 특별해진다.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와 함께 콜라보한 이딸라의 루뚜(Ruutu). [사진제공=이딸라]


▶디자이너와 손 잡은 일상=최근 KT경제경영 연구소가 발간한 디지에코 보고서는 콜라보레이션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콜라보레이션은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제품은 단순히 그것이 지니고 있는 기능성과 실용성 그 이상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도하고 있는 콜라보는 일상에 새 가치를 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스칸디나비안 스타일 브랜드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이딸라(Iittala)가 내놓은 유리화병 ‘루뚜(Ruutu)’. 은은하게 뿜어져나오는 색감, 꽃을 툭 꽂았을 때 비교하기 힘든 세련된 감성을 풍기는 루뚜는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인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태어난 제품이다. 이 컬렉션은 유리 공예 대가들인 이딸라 유리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까다로운 유리 소재에 색깔을 가미해 마치 수채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섬세하고 세련된 색감을 구현해냈다.

다른 색깔, 다른 크기의 화병을 겹쳐놓는 것도 재미다. 크랜베리, 그레이, 데저트 등 다양한 색상의 화병을 겹쳐놓으면 하나의 화병을 놓았을 때와는 또 다른 ‘나만의 색’이 만들어진다. 단지 심심해 보일 수 있는 사각의 화병은 소비자가 스스로 스타일링을 시도할 수 있는 또 다른 도구가 된다.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방한으로 국내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도 더 분주해졌다. 한국도자기는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겸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특유의 기하학적 형태를 더한 ‘지오메트리카 프루스트’ 를 선보였다. 화려한 색채의 디자인과 멘디니만의 감성을 더한 것이 지오메트리카 프루스트의 특징. 동양 청자에서 영감을 받은 ‘지오메트리카’ 티세트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SPC그룹은 창립 70주년을 맞아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멘디니는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삼립식품 등 SPC그룹 주요 브랜드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머그잔, 유리잔, 우산, 수첩, 휴대전화케이스(아이폰6 전용) 등 70주년 한정판 노벨티 제품 30종을 디자인했다. 

로낭&에르완 부홀렉 형제와 함께 콜라보한 이딸라의 루뚜(Ruutu). [사진제공=이딸라]


▶한국을 담다= 지난 5월,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라거펠트는 한복에서 영감을 받아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오방색을 한껏 담아 선보인 ‘2015∙20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개최했다. 국산품과 수입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 상품들이 점차 한국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주변에에 또다른 형태의 ‘한국의 멋’을 담은 제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샤넬과 같이 소위 ‘럭셔리 브랜드’들이 최근 한국의 예술가와 협업해 선보익 있는 다양한 제품들은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신선하다. 한국만의 은은한 아름다움을 여러 아이템에 적용한 제품들을 보고 즐기는 재미는 덤이다.

240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 코펜하겐은 창립 240주년을 기념해 한국 혼례 문화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은 ‘로얄 웨딩 리미티드 에디션’을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다. 9월에 출시된 이 에디션은 출시된 지 두 달여만에 완판이 될 정도로 인기였다. 로얄 웨딩 리미티드 에디션은 한식의 맛과 정갈한 담음새를 살려주는 로얄 코펜하겐의 한식기를 비롯해 찻잔, 사각접시, 샐러드 볼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할 수 있는 품목들로 구성됐다.

여기에 국내 대표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과 콜라보레이션한 보자기와 러너로 예단 및 혼수가 의미하는 감사 예식의 예와 품격을 더한 점도 특징이다. 세트를 감싸는 보자기는 음양오행의 조화를 담고 있는 오방색실로 홈질한 우리 고유의 패턴을 담았다. 러너에는 부부의 해로를 기원하는 ‘복’과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부채’ 패턴을 담아냈다.

최고급 시계로 불리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2015년 설립 2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문화재재단과 함께 국내 무형문화재 3인의 전통 공예를 후원, 동서양 전통공예의 가치를 알리는 ‘함(函)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기획, 디자인 하고, 소목장 박명배, 두석장 박문열, 옻칠장 손대현 등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3인이 협업해 하나의 함을 완성했다. 해당 작품은 하늘과 땅의 이치가 갖는 불변성과 시간의 영원성이라는 무형의 요소로 함과 받침을 보여주고,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콘셉트를 더해 한국전통문화의 에너지를 잉태하는 시간보관함으로 디자인됐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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