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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현철의 링딩동] 배영길, 아내에 이어 한 달만에 세계타이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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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길의 세계타이틀매치 비교표. 출처=WBC홈페이지


지난 11월 2일부터 7일까지 중국 쿤밍에서는 WBC(세계복싱평의회) 제53회 연차 총회가 개최됐다. 금번 총회에서는 전 체급에 걸쳐 랭킹 조정 및 체급별 챔피언의 차기 방어전과 지명전, 공석이 된 체급의 결정전이 논의되었고,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 NABF(북미복싱연맹) 등 WBC 산하 지역 기구의 총회도 소집되었다.

한국과 관련된 주요뉴스는 11월 24일 태국에서 열리는 WBC 미니멈급 타이틀매치, 챔피언 완헹 메나요틴(태국)과 동급 9위의 도전자 배영길(천안헐크) 경기가 승인됐다는 것이다. 또 이 타이틀전의 승자는 덴버 쿠엘로(29세, 필리핀, 동급 1위, 36승<24KO> 5패 6무)와 사울 후아레스(25세, 멕시코, 동급 2위, 22승<12KO> 4패)의 도전자결정전에서 승리하는 선수의 지명 도전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결정됐다.

금년 6월 2일 챔피언 완헹의 2차 방어전 도전자로 낙점되었던 배영길은 양쪽 아킬레스건에 심각한 염증이 발견되어 도전이 무산된 바 있었다. 부상 회복 후 IBF 플라이급 챔피언 암낫 루엔로엥(36세, 태국, 16전승 5KO) 측에서도 도전 오퍼를 보내왔으나 배영길 측은 이를 뿌리치고 두 체급 아래의 미니멈급 도전을 택했다. 일본 원정에서 이오카 카즈토의 세 체급 제패를 저지하며 첫 패를 안겨주기도 했던 기교파 복서 암낫보다 완헹에게 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165cm의 신장을 감안하면 플라이급(한계체중 50.8Kg)에 비해 살인적인 감량이 필요한 미니멈급(한계체중 47.6Kg)의 도전은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결정하기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배영길과 완헹 메나요틴은 두 차례 같은 날 링에 오른 적이 있다. 2013년 12월 27일 배영길이 파피카드 트윈스짐을 4회 KO로 꺾을 때 같은 링에서 완헹이 마디트 사다에게 6회 판정승했고, 작년 6월 27일 모라코테 파타나칸짐(2회 TKO승)과 싸웠을 때에도 완헹 역시 사무엘 테후아요를 6회 판정으로 누른 바 있다.

한 달 전인 10월 19일 배영길의 부인인 유희정 선수는 세계도전에 실패했음에도 일본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선전을 펼친 바 있다. 부부가 한 달 사이에 차례로 세계타이틀에 도전하는 자체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은 이 경기는 WBO(세계복싱기구) 밴텀급 타이틀매치로 치러졌다. ‘괴물’로 불리는 후지오카 나오코를 상대로 비록 판정패했지만 엄마복서 유희정의 놀라운 투혼은 배영길의 흔들리던 근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6년의 세월을 살아내면서 수많은 굴곡을 넘어 프로복싱 최정상에 도전 기회를 잡은 배영길은 세계도전을 앞둔 선수답지 않게 차분했다. 복싱은커녕 인생에서도 낙오자가 될 뻔 했던 자신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준 부인을 위해 반드시 챔피언벨트를 가지고 오겠다는 각오가 다부졌다. 그가 겪었던 고초와 회한이 담겨 있는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세계도전을 열흘 앞둔 배영길 선수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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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유희정 선수(왼쪽)와 함께 부부 챔피언으로 유명한 두 배영길.


- 우여곡절 끝에 세계도전을 하는데 부상은 회복이 되었는지?

▲ 치료는 모두 끝냈고 큰 이상은 없는 상태다. 다만, 훈련을 2시간 정도 하면 오른쪽 아킬레스건에 통증이 생기는데 시합은 2시간이 넘지 않으니까 문제없다.

- 한 달 전에 부인인 유희정 선수가 대단한 선전을 펼쳤는데?
▲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록 졌어도 만족한다. 솔직히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져도 만족할 수 있는 이유다.

- IBF 플라이급 챔피언 암낫 루엔로엥 측으로부터도 오퍼를 받았다고 들었다.
▲ 감량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플라이급이 낫기는 한데 암낫의 스타일은 나와 도저히 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2라운드 내내 지치지도 않고 치고 빠지기 때문에 쫓아 들어가서 잡기가 쉽지 않은 선수다. 감량을 더 하더라도 완헹이 낫다고 봤다.

- 챔피언 완헹 메나요틴에 대해 평가하자면?
▲ 같은 날 시합도 두 번이나 했고 그 외에도 태국에서 훈련할 때 완헹이 시합하는 모습을 여러 번 직접 관전했다. 언젠가는 부딪힐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 유심히 관찰했는데 예전부터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었다.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내가 승부를 걸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세계가 인정해주는 복서라 해도 태국 복싱, 태국 복서는 나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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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시오 술레이만 WBC 회장(오른쪽)과 포즈를 취한 배영길.


- 일생일대의 경기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부상이 나은 후 매일 아침 장유사까지 왕복 15Km 거리를 뛰었다. 비탈길이 많아서 힘든 코스인데 부인이 항상 함께 하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 오후에는 경남 쪽의 아마추어 선수들을 상대로 스파링을 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2001년 출소 후 처음으로 복싱을 접하게 해준 서동신 은사(현 김해시 아마추어복싱협회 실무부회장)와 지옥훈련을 소화했다. 팀워크가 정말 좋다.

- 경기의 작전은 어떻게 구상하나? 또 감량은 문제가 없는지?
▲ 초반에는 가볍게 하다가 후반에 기회를 노리는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완헹 측에서는 내가 감량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을 빼려고 하겠지만 그걸 역이용하겠다. 일단 초반에 탐색을 통해서 적절한 대응을 하려 한다. 현재(11일 전) 체중이 50Kg이다. 순조롭게 하고 있다.

- 국내 남자 선수로는 2년 만의 세계타이틀 도전이다. 각오는?
▲ 이기려고 결정했고 이길 자신이 있다. 희정이(부인)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운동을 그만 두었을 텐데 부인이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잡았고 여기까지 왔다. 평상시에는 잘 표현을 못하지만 항상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희정이와 두 아들(7살 정영, 5살 정길) 내 가족을 위해서 반드시 챔피언벨트를 가지고 오겠다.

- 마지막으로 복싱 팬들게 전하고 싶은 말은.
▲ 편안한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다. 이긴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걸고 간다. 신은 제 편일 것으로 믿는다. 그 날을 즐기겠다. 저를 응원해주신 분들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SBS복싱해설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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