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영란 전 대법관, 판결 평전 국내 첫 출간 ”소수의견을 들려주고 싶었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다수의견만 기억하는 사회에서 소수의견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김영란법’ 제안자이자, ‘소수자의 대법관‘이란 별칭을 얻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주요한 판결 10건을 복기한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를 냈다.

대법관 출신이 쓴 국내 첫 판결 평전으로, 김 대법관이 스스로의 판결에 대해 반성과 비판을 한 셈이다.


김 전 대법관은 16일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처음 책을 내 어색하고 굉장히 겁이 난다”고 소회를 밝힌 뒤, “당시 우리사회가 무엇이 쟁점이었고 어떤 토론을 한 끝에 이런 결론을 끌어냈는지 써보고 싶었다”고 책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책은 2013년부터 서강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직중인 김 전 대법관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록을 바탕으로 논쟁적 판결 10개를 뽑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썼다.

김 교수는 “우리사회가 그동안 존엄사 등 굉장히 어려운 논쟁들을 해왔는데 일반인들은 보도된 결과만 알고 있는게 안타까웠다”며, 당시 개진된 다양한 의견들을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개의 판결은 안락사 논쟁을 불러온 김 할머니 사건을 다룬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비롯, 명예훼손과 관련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삼성 에버랜드 사건을 다룬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성소수자 문제 등 우리사회 하나의 분수령을 만든 사건이다.

이 판결들은 모두 저자 자신이 다수의견 또는 소수의견의 편에 서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했던 것으로, 10건 중 절반 정도는 김 대법관이 소수의견을 냈던 판결이다.

김 전 대법관은 특히 10년을 끌었던 신주 저가발행을 통한 지배권세습과정이 문제가 된 삼성사건의 경우,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 우리 사회 기업의 문제를 크게 볼 수 는 없었을까“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다른시각으로 논리적 설득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책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다수의견이 ’주주배정‘이냐, ’제3자배정‘이냐라는 형식만을 문제삼아 명백한 실질적 문제를 눈감아 주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고등학교와 일방적인 종교교육이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한 사건의 경우, 학생의 자유가 침해당한 사실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모두 최대한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을 찾는 방법론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판결문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는 ”현 단계에서 우리 사회의 의견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며, 따라서 다음단계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니까 옳고 소수의견이니까 잘못된 것이란 논리는 도움이 안된다. 우리사회가 현 상태에서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는 단계구나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을 어떤 수준에서 어떤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를 반영할 것인가는 법률가의 몫이라고 말했다.

법의 해석과 적용에 고정된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문화, 인식의 흐름에 발맞춰 법률가들이 조금 더 합리적인 결정을 찾기 위해 애쓰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