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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필삼선’(再必三選)…재수 권하는 사회
오락가락 수능 난이도ㆍ해마다 바뀌는 대입제도
청년 취업난까지 겹쳐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 최근 수능을 치른 이모(18ㆍ경기도 일산)양은 가채점 결과를 확인한 후 좌절했다. ‘인서울’은 가능하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상위권 대학은 지원하기 힘든 점수였다. 수험생활에 지친 이 양은 “그냥 점수에 맞춰 가겠다”고 말했지만 “1년만 더 해봐라”는 어머니의 말에 결국 재수를 결심했다.

[사진출처=헤럴드DB]

바야흐로 ‘재필삼선’(再必三選ㆍ‘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 시대다. 

오락가락하는 수능 난이도와 1년마다 바뀌는 대입제도, 심화되는 청년취업난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점점 더 ‘재수 권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최근 10년사이 대학의 수시 모집 인원이 정시를 크게 역전하면서 수능의 영향력이 감소했다지만 재수, 삼수, 반수 등 이른바 ‘N수생’은 매년 10만명이 훌쩍 넘는다.

수능이 쉬운 해는 실수로 틀린 문제가 억울해서, 어려우면 수시 최저 등급에 미달돼 원하는 대학 진학에 실패해서 재수ㆍ삼수를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청년 취업난 심화 속에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취업 준비도 2~3년씩 하는데, 좋은 대학 가려고 1~2년쯤 더 고생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이 최종학교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1개월이고, 2~3년(5.8%), 3년 이상(8.5%)인 청년들도 적지 않다.

입시에서 재수생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재수를 선택하는 이유다.

재수를 한다고 누구에게나 성공이 보장되는 건 결코 아니지만 올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3명 중 1명은 재수생일 정도로 재수생 강세는 뚜렷했다. 전체 수험생 중 재수생 비율이 20.5%인데 비해, 서울소재 대학 신입생중 재수생 비율(32.6%)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사상 최초로 재수생 합격자 수가 재학생 합격자 수를 역전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매년 반복되는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도 재수생 양산에 한몫을 한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의 ‘물수능’ 논란을 빚으며 정시 지원에서 혼란과 눈치 작전이 극에 달했다. 한 두 문제 실수가 너무 큰 격차를 만들다보니 쉽게 ‘재도전’을 생각하는 것이다.

올해 수능 역시 절대 난이도 자체는 적절했을지라도 전년도 수능은 물론 ‘쉬운 수능’ 기조를 잇던 6월ㆍ9월 모의평가에 비해서는 크게 어려워져 난이도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입시는 예측 가능한 선에서 치러져야 승복이 쉬운데. 올해 수능처럼 예측에서 빗나가면 뒷통수를 맞은 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바뀌는 대입제도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내년(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한국사가 새롭게 수능 필수 과목이 되고 선택형이던 국어 영역이 통합형으로 바뀌고 2018학년도 수능에는 영어가 9등급 절대평가로 바뀌는 등 큰 변화를 겪는다. 이만기 평가이사는 그러나 “매년 바뀌는 수능 제도 속에 불리함을 안더라도 재수를 선택할 학생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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