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해 9월 디젤차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유로 5에서 유로 6로 상향 조정했다. 이 규제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오는 27일부터 유로 5 모델을 판매할 수 없다. 그동안 업계에선 유로 6 모델은 200만원가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봤지만, 수입차 업계는 신차 가격을 못 올리거나 올리더라도 프로모션을 강화해 기존 가격과 비슷한 선을 맞췄다.
폴크스바겐 제타. |
일찌감치 유로 6 모델을 들여와 팔기 시작한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신차 가격도 후려쳐서 팔고 있다.
폴크스바겐 파문으로 지난달 실적이 60% 이상 급감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신차를 할인해 팔기 시작한 것이다. 이익을 줄여서라도 팔아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
11월 기준 대표 모델인 골프는 최대 16%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고, 제타는 15.5%, 투아렉은 2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모두 유로 6 신형 모델이다. 여기에 60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파격 프로모션까지 더했다. 이번 파문 전 폴크스바겐이 통상 10% 내의 할인을 적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형 대비) 가격은 더 떨어진 셈이다.
아우디 신형 A7. |
아우디의 경우 신형 A6, A7 가격을 구형 대비 200만원가량 올려 책정했지만, 최근 몇 달간 프로모션이 강화되면서 신형을 구형과 비슷한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다.
일부 딜러사는 배기량 2000cc의 주력 모델인 A6 35TDI(6250만원~6830만원)의 가격을 15%(940만원~1025만원) 할인된 5310만원~5800만원대에 팔고 있다. 아우디의 한 딜러는 “재고떨이를 위한 구형이 아닌 신형 모델을 이 정도로 할인해 파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좋은 차를 같은 값에 사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인피니티 Q50 신형. |
인피니티 코리아는 최근 유로 6으로 변경된 Q50 디젤을 내놓고도 가격은 동결했다. 원래 구 모델 정가인 4430만원(프리미엄 기준)에 200만원가량 높여 책정하려 했으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해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리지 못 했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까지 더하면 신형 모델은 구형 대비 더 저렴한 가격대에 살 수 있다.
인피니티 코리아 측은 “유로 6 모델의 가격을 동결한 건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최고의 제품을 최적의 가격에보인다’는 인피니티 경영 철학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례”라며 홍보했다.
하지만 수입차 업계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벙어리 냉가슴’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 업그레이드된 신형까지 가격을 인하할 정도로 최근 수입차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의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숱한 사건사고에도 수입차 업계가 이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며 “차값을 내려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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