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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차랑 밀당하는 기분 ’푸조 2008‘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폴크스바겐發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요동쳤던 지난달. 베스트셀링카 1위에 푸조의 주력 차종 2008이 올랐다. 독일차들이 주름잡던 상위권에 ‘연비王’ 푸조 2008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푸조 2008은 늘 타 완성차 기업들로부터 참고가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현대차 남양연구소 R&D 페스티벌에서도 푸조 2008은 현대차가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경쟁 모델 7종에 포함되기도 했다. 


‘대세’ 푸조 2008을 주말 동안 시승하고 받은 인상은 한마디로 ‘색다른 차’였다. 푸조 2008은 드라이버와 끊임 없는 교감을 시도하려는 차였다.

정숙한 세단은 운전자 손과 발에 따라 차가 철저히 맞춰준다. 그래서 운전이 편하고 쉽다. 푸조 2008은 조금 다르다. 차도 운전자가 어떤 ‘액션’을 취해주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운전자가 의도대로 순수히 따라주지 않는다. 마치 차랑 밀당하는 기분이다.

처음 주행을 시작하면 다른 차보다 계기판을 자주 쳐다보게 됐다. 변속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운전하도록 유도된다고 느껴졌다.

변속 상황을 계속 주시하게 된 까닭은 푸조 2008의 독특한 변속 방식 때문이다. 푸조 2008은 MCP(Mechanically Compact Piloted)를 기반으로 한 차다. 클러치 페달 없이 클러치와 기어 변속 기능을 자동화한 방식으로 수동과 자동이 공존하는 형태다. 2001년 처음 소개된 이 기술은 수동 기어를 좀더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수동 변속기에 자동 기능을 추가해 개발됐다.

시승 초기 기존 오토 차량에 익숙해진 탓에 가속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안 붙는 점 때문에 차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가속이 지체되는 느낌이 컸다. 시속 20~30㎞ 이상으로 안 나가니 답답하기도 했다. 속도는 안 붙는데 엔진음만 커질 뿐이었다. 


푸조 측에서는 이를 두고 변속감이라고 설명한다. 클러치가 이동하는 짧은 순간에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지 않아 운전자가 변속 구간에서 변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동 차를 몰 때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변속하는데 타이밍이 안 맞으면 덜컹거림이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운전 중 속도를 올리려는 순간 가속 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었다가 다시 밟으면 비교적 부드럽게 가속이 됐다. 2000rpm 전후가 딱 발을 떼기 적당한 지점이었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2008만의 주행 재미라는 반응도 있다.

시승을 하면 할수록 더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에서 분명 매력적인 변속 방식이기는 했다. 차와 호흡을 맞춰가며 6단까지 올리면 이 때부턴 폭발적인 가속력을 뽐낼 수 있다. 회전수 1750rpm에서도 최대토크(23.5㎏ㆍm) 나와 비교적 실주행에서 최대토크를 감지할 수 있었다.

다만 무게가 1.2t(공차중량 1250㎏) 수준이라 그런지 고속 구간에서 차가 흔들리는 느낌이 비교적 강하고, 풍절음도 꽤 들리는 편이다. 성인 남자가 잡기에 스티어링 휠이 작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터치스크린의 정교함이 매우 뛰어나지는 않지만 주행 정보 등을 보기에 UI(사용자환경)는 편하게 디자인됐다.

연비왕답게 높은 수치가 기록됐다. 4일 동안 달린 거리는 560㎞ 정도. 이 거리 동안 연비는 무려 21.7㎞/ℓ로 기록됐다. 연비가 높은 것은 MCP기반의 변속 방식에서 기인한다. 푸조 측은 변속 과정에서 연료 소비가 일시 중단되는 대신 가속 단계에 집중 분사되는 것이 고연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시승 동안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언덕길에 주차를 할 경우 기어를 N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려도 체결이잘 되지 않아 밀려내려가는 경우가 몇번 있었다.

또 주차를 하려고 후진에 기어를 놓고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아도 자꾸만 앞으로 쏠려 몇번이나 애를 먹었다. 계기판에는 그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메시지가 떴다. 앞으로 밀려내려가는 탓에 가속페달에 힘이 들어갔고 살짝 타는 듯한 냄새도 났다. 운전 초기라면 충분히 당황할 수 있는 부분이다.

푸조 측은 언덕 위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힐 스타트 어시스턴스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난 후 약 2초간 정지 상태에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다. 다만 브레이크 페달이 덜 밟힌 상태에서 발을 떼면 힐 스타트 어시스턴스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푸조 측은 덧붙였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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