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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문호진] 노무현이 박근혜에게
어느덧 집권 3년차를 맞으셨군요.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이 혹독한 3년차 징크스를 겪었듯 역대 대통령들도 대게 그러했다 합니다. 직전 이명박님은 2010년 승부수였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면서 사실상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지요. 그때 대통령님의 반대는 ‘결정적 한 방’ 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올해 ‘메르스’ 역병이 돌면서 큰 난관에 봉착했지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시험에 들게 하시더니…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가 경제를 살리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 여겼는데…”. 대통령님의 탄식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 했습니다.

돌아보면 저도 3년차(2005년)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10년 전 이맘때 일어난 사학법 파동 기억하시지요. 지금 대통령님의 4대개혁처럼 제가 역점을 둔 일입니다. 고질적 사학비리를 바로잡으려면 사학 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관건이라 여겼습니다. 얼마전 충암고 쓰레기 급식도 이런 장치가 없어 일어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대통령님은 결사반대였지요. ‘투사 박근혜’의 모습을 처음 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무려 53일간 장외투쟁을 벌였더랬습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치를 든 문재인 대표는 정말 얌전한 편입니다. 민생도 돌봐야 한다며 한 주 만에 국회로 복귀했으니까요.

저는 대통령님이 지난달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불러 여당의 투톱과 함께 5자회담을 할때 내심 10년전의 빚을 갚아주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저는 제정된 사학법을 물려가면서까지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줬으니까요. 그때 야당 대표였던 대통령님은 사학법투쟁 승리를 기화로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지요. 그러나 대통령님은 그때를 잊은 듯합니다. 오히려 이종걸에게 “3년전 왜 그년 저년 했어요?” 하며 진땀나게 했지요. 저는 놈현, 노가리, 미숙아, 사이코, 심지어 ‘개잡놈’ 이라는 욕도 그러려니 했는데….

대통령님이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제 업보입니다. 제가 한국 근현대사를 거론하면서 “정의는 패배했고 기회주의가 득세했다”고 한 말을 가슴에 담아두셨나 봅니다.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으로 과거사 청산에 나선 것도 못마땅했겠지요. 정치에 투신한 목적이 아버님의 명예회복이니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의 효심 탓에 많은 자식들이 그들의 노부모들께 핏대를 세우고 언성을 높이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대통령님의 2004년 발언 동영상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역사는 전문가와 역사학자에게 맡겨야지 정권에 맡기면 안된다. 그러면 역사가 정권의 입맛대로 바뀌게 된다”. 뭐라 답변하시렵니까.

저는 세 치 혀를 다스리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습니다. “대통령 노릇 못해 먹겠다”고 했다가 남탓만한다는 호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른다는 질책도 받았습니다. 적대적 증오의 언어로 지지자를 결집하려한다는 비판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욕하면서 배운다고 남탓, 편가르기, 증오의 언어들이 이제 대통령님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제와 민생에 올인해야 할때 느닷없이 국정화를 꺼내들어 국력을 소모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장본인이 되레 정쟁을 삼가라고 합니다. 남탓이고 유체이탈입니다. 국정을 지지하면 올바른 역사관이고 검정을 지지하면 종북이고 좌편향이 됩니다. 전형적 편가르기입니다. 유승민 의원 같은 배신자는 선거에서 심판해달라고 했는데 비판자를 향한 증오의 언어입니다. 대통령 편이면 진실하고, 아니면 국민의 심판 대상이라는 거지요. 이러니 군정은 종식됐는데 ‘벌거숭이 임금님’ 이 지배하는 왕조로 돌아간 듯 하다는 얘기가 여당의원 입에서 나오는 거 아닙니까. 저는 대통령님에 의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부디 욕하면서 배우지는 말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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