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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난과학] ‘영화 마션’ 화성판 삼시세끼?
과학으로 풀어본 7가지 의문점


반짝이는 별들이 한아름 품에 안기고 아름다운 은하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우주. 그러나 고요한 이곳은 매 순간 생사를 넘나드는 지옥이기도 할 겁니다. 물과 산소가 없는 우주에서 인간은 단 하루도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척박한 곳에서 매 끼니를 걱정하며 지구로 돌아갈 날만 손꼽는 사람이 있는데요. 마크 와트니입니다. 지구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선 화성에서 가장 어렵게 하는 남자. 네, 영화 ‘마션’ 이야기입니다. 지구로부터 2억2530만8160㎞ 떨어진 화성에 홀로 남겨진 인간을 통해 인류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영화.

영화가 개봉한지 어연 한 달이 지났습니다. 지난달 초 영화를 본 그날, 영화 속 과학적 사실을 집어 보는 기사를 담고 싶었는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때를 기다렸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밝힌 내용과 비교해 영화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사에는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화성에서 매서운 모래폭풍이 이는 영화 장면

1. 화성에는 거센 모래폭풍이 불 수 없다

거센 모래폭풍이 화성에 있는 우주기지를 집어삼킬 듯 덮칩니다. 그 바람에 파편에 맞은 주인공 와트니가 모래 속에 파묻히게 됩니다. 와트니를 고립시킨 원수같은 폭풍.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습니다. 화성의 대기 밀도가 지구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으로 극히 낮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에너지를 축적하는 수증기도 없기 때문에 지구의 태풍만큼 강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탐사선을 고장내는 골칫거리는 아주 미세한 모래입자입니다. 지난 2005년 NASA의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는 화성의 모래언덕에 파묻혀 무려 5주간의 탈출시도 끝에 임무를 재개한 적이 있거든요.

영화의 원작인 소설 ‘마션’ 작가 앤디 위어도 옥에 티를 인정합니다.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이 부분은 타협을 했다.” 
 

2. 화성의 흙으로 감자를 재배할 수 있을까, 글쎄.

와트니는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져온 생감자를 화성의 토양을 활용해 농사를 짓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화성의 토양에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유기물이 있는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내용은 없습니다. 그래서 원작인 소설에서는 지구에서 가져온 흙을 조금씩 섞어 화성 흙에 박테리아를 전염시키는데요. 영화에선 이 장면이 생략돼 있습니다.

실제로 화성에 이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마스 원은 첫 화성 착륙선에 있는 2㎏에 불과한 작은 모듈 속에서 식물 재배를 실험하는 시드(seed)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기술력과 자금이 부족해 오는 2018년으로 계획했던 이 테스트는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고요.

화성의 토양과 스스로 만든 물 생성 장비로 지구에서 가져온 생감
자를 수확하는 영화 주인공 모습 [사진제공=나사 제트추진연구소]

NASA의 경우 장기적으로 화성에 대형 식물 재배 모듈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부와는 격리돼 강한 방사선과 낮은 기온에서 식물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듈입니다. 이같은 모듈을 화성에 보내는 시기는 아마도 화성의 유인기지를 건설할 수 있을 정도의 미래일 것으로 관측됩니다.


3. 화성의 노을은 푸르다

지구의 노을은 빛의 산란으로 생깁니다. 산란은 빛이 대기에 있는 알갱이(분자·원자·먼지 등)에 부딪혀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흩어지는 현상입니다. 낮에는 파장이 짧은 푸른색 빛이 수증기와 먼지 알갱이와 부딪혀 산란하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게 됩니다.

반면 해가 질 때는 높이 떠 있던 태양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태양빛이 통과해야 하는 대기도 더 두꺼워집니다. 파장이 길어 천천히 산란되는 붉은색 빛만 남아서 우리 눈까지 도달하는 겁니다.

그런데 화성 대기에 있는 먼지는 지구의 먼지보다 훨씬 큰 산화철 성분으로 돼 있습니다. 지구보다 태양빛이 덜 산란될 수밖에 없는 건데요. 화성에서 노을이 질 때 푸른색 빛뿐만 아니라 붉은색 빛도 먼 곳에서부터 입자가 큰 산화철 먼지와 부딪혀 사라집니다. 파장이 짧은 푸른색 빛 일부만 먼지 사이를 꿰뚫고 화성 표면까지 도달하면서 화성의 노을은 푸른색이 됩니다.


4. 지구에서 걷듯 화성에서 걸을 수 없다

지구에서 터벅터벅 걷는 걸음걸이가 화성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0.38배. 그러니까 3분의 1 수준입니다. 지구에서 60㎏인 사람이 화성에서 약 23㎏이 되는 셈이죠. 중력 역시 1G가 아니라 0.38G가 되기 때문에 통통 튀듯이 걷는 걸음걸이로 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게가 264kg에 이르는 화성 탐사선인 패스파인더. 인간이라면 화성의 중력을 감안하더라도 이 장비를 별다른 장비 없이 들 수 없다.

5. 천하장사라도 264㎏ 패스파인더를 들 수 없다

영화에서 와트니가 별다른 장비 없이 손쉽게 드는 패스파인더. 하지만 이 장비의 무게는 무려 264㎏나 됩니다. 화성의 중력이 3분의 1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주복을 입은 와트니가 실제로 88㎏ 무게에 이르는 장비를 끌고 가긴 어려울 겁니다. 원작인 소설에서는 와트니가 기기에 탑재된 장치들을 떼고 고생 끝에 간신히 들고 오는 걸로 묘사됩니다.


6. 지붕 떼어낸 우주선, 화성 안전하게 벗어날 수도 있다

와트니가 우주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창문과 심지어 우주선 지붕을 뜯고 비닐로 대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지구를 기준으로 다소 비현실적인 이 장면이 오히려 화성에서는 실현 가능하다고 합니다. 화성의 대기는 밀도가 낮기 때문에 압력이 세지가 않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화성은 착륙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대기의 밀도가 낮아서 로켓이 화성의 대기로 진입하면 감속이 안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NASA는 로켓의 역추진을 이용하거나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방식으로 탐사선을 착륙시켰습니다.


거대한 암벽이 거침없이 뻗은 아키달리아 평원. 영화에서 본 것 보다 실제로 더 험준하다.

7. 아키달리아 평원은 영화에서 본 것보다 더 척박하다

영화에서 아레스3 탐사대의 착륙지점은 아키달리아 평원입니다. 땅이 평탄해 상대적으로 화성 탐사로버를 타고 운전할 수 있는 곳으로 묘사돼 있고요. 하지만 실제로 화성의 이 지역은 커다란 암벽이 덮여 있는 지형입니다. NASA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단박에 이해가 가실 겁니다.

한편 원작 소설의 저자인 앤디 위어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고 2050년 이전까지 화성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NASA는 2030년대 중반까지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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