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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英 테이트모던 관장 “글로벌 미술관 되기 위해선 외국인 관장 필요”
[헤럴드경제=김아미ㆍ이우영 기자] “열린 자세를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일본, 인도와 경쟁에서 지게 될 것이다.”

지난 1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양현미술상’ 시상식 참석차 방한한 크리스 더컨(Chris Dercon) 영국 테이트모던 관장이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르토메우 마리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관장이 국립현대미술관(국현) 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이후 한국 미술계에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크리스 더컨 영국 테이트모던 관장.

1987년부터 30년 가까이 마리를 잘 알고 지내왔다는 그는 마리 전 관장에 대해 “마리는 매우 진지하고(very serious) 매우 진보적이고(very progressive) 매우 헌신적인(very dedicated) 큐레이터이자 뮤지엄 디렉터”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리는 건축, 디자인, 비주얼아트, 시네마 등 전 문화예술 분야에 걸쳐 해박하며, 전세계 모든 비엔날레를 다니며 모던 아방가르드, 뉴 아방가르드는 물론 한국 영화에 대해서까지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다”며 “급진적(radical)이면서도 충분한 사전 조사(well-researched)를 거친 전시들을 기획해왔다”고 평가했다.

마리를 둘러싼 검열 논란에 대해서도 “당시 마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고, 큐레이터와 트러스티(Trusteeㆍ미술관 신탁관리자), 작가들 사이에서 관장으로서 협상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며 “트러스티를 통해 정치인들의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마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마리가 도저히 이 상황을 처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가 미술관을 떠나기로 한 건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마리 전 관장은 3월 MACBA 기획전에서 후안 카를로스 전 스페인 국왕을 희화화 한 조각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후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이후 MACBA가 조각 철거에 반발했던 큐레이터와 프로그램 운영책임자를 해고하자 유럽 예술계에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더컨 관장은 한국 미술관에 외국인 관장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에도 단호했다.

그는 “나도 벨기에 사람이지만 영국 미술관에서 일하고 있지 않나. 뮌헨(독일ㆍ하우스데어쿤스트)에서도 일했고, 로테르담(네덜란드ㆍ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에서도 일했다. 테이트모던 관장 임기가 끝나면 베를린(폴크스뷔네 극장)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이 국가로서 열린 자세를 갖지 않으면 중국이나, 일본, 인도와 경쟁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이 외국인 미술관장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한국의 문제지만, 결코 문화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문화는 전세계적인 것(Culture is about cosmopolitanism)”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술계에서는 마리 전 관장의 ‘검열 전적’을 놓고 분분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미술인 500여명은 마리 전 장관이 국현 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며 성명서를 냈다. 성명에는 임흥순(2015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공성훈(2013 국현 올해의 작가상), 노순택(2014 국현 올해의 작가상) 등 유명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숙경 테이트모던 큐레이터는 “마리는 스스로 검열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로부터) 검열을 받은 것”이라며 “그는 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CIMAM) 회장을 맡을 정도로 세계 미술계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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