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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파괴’한다지만…여전히 ‘대졸자’가 답인 사회
[헤럴드 경제=서지혜 기자] 지난 200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던 날, 김남미 씨를 비롯한 고3학생 3명은 수능시험장 대신 ‘사랍답게 살고 싶다’는 피켓을 들고 교육부로 향했다. “입시경쟁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팔을 붙들고 왜 공부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매년 수능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학입시를 중심으로 서열화된 사회에 반기를 들고, 어른들을 향해 “청소년들이 ‘수능’에 목숨을 걸기보다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처음 수능을 거부했던 김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학력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최근 지표를 보면 ‘학벌주의’는 조금 개선된 듯하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졸자의 실업률은 2005년 6.2%에서 지난 해 9.6%로 높아졌다.

임금격차도 줄었다. 2004년에는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29% 높은 임금을 받았지만, 2014년에는 그 격차가 25%로 줄었다.

고졸자 평균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졸자 비중도 2004년 23.8%에서 2014년 32.7%로 높아졌다.

때문에 젊은층 사이에서는 ‘한 학기 5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고 굳이 대학을 나올 필요가 있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고등학교 졸업자가 전문대, 교육대, 일반대 등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2005년 82.1%에서 지난 해 70.9%까지 줄었다.

하지만 통계와 달리 현실에서는 여전히 대학이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척도다.

상대적 고임금에 안정된 정년을 보장하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는 여전히 대학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관련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최근 대기업 22곳과 공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신규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20개사가 채용공고에서 ‘대학졸업(예정)자’ 이상의 학력을 요구했다.

또한 대졸자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에도 영어는 물론 제2외국어와 어학연수, 교환학생 등 사실상 대학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을 이력서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는 공기업은 채용공고와 입사지원서 상에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추세다. 하지만, 입사지원서에 해외연수와 교환학생 경력을 쓰게 하거나, 대학에서 배우는 경영, 통계, 경제학 등의 전공과목으로 필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고졸자가 대졸자와 같은 직군에 지원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입사 후에도 마찬가지다. 국내 한 대기업 인사팀에 재직중인 정모(32) 씨는 “부서장들이 같은 학교 출신과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을 하기도 수월하고, 인사고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며 “여전히 임원들이 상위권 대학 출신인데 고졸자를 고위직으로 승진시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자연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력이 성공의 사다리가 되는 건 전세계 어디서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고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내 학력별 임금 상승률은 최대 0.4%포인트 벌어져 있으며, 석사이상과 대졸 간에도 차이가 있다”며 “교육에 대한 집착이 비단 한국과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부의 집중도가 심한 국가일수록 교육은 앞선 자의 방패가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대학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 제도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는 “학생들은 상급학교 입시를 위해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리고 고등학교가 입시를 위한 학원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교육이 차별의 이유가 되고 삶이 불안한 현실에서는 더 나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데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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