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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계 드러낸 포스코 수사, 기업수사 새 틀 마련해야
‘하명(下命)’ 논란 속에 8개월을 끌어온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일단 마무리됐다. 검찰은 핵심 수사 대상인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 포스코 전·현직 임원과 하청업체 관계자 등 모두 3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도 포함됐다.

정 전 회장은 납득할 수 없는 기업 인수 및 합병 등으로 재임 중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의원은 정양준씨의 회장 선임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정 전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방법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 검찰의 혐의 내용이다. 권력 주변 인물이 포스코를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검은 먹이사슬을 구축했다는 게 그 핵심인 셈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역대 정권의 실세와 기업의 유착 비리가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우만 봐도 정 전 회장은 이 전 의원의 후원으로 최고경영자에 오른 태생적 한계로 인해 부당한 거래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2009년 포스코 신제강 공장 건설 중단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의원 측근이 운영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12억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하고, 2010년 부실 업체인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바람에 회사는 1592억원의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정 전 회장 퇴임할 무렵 영업이익은 취임할 때보다 4조1800억원 감소했고 부채는 20조원이 증가하는 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권력과 기업의 유착 말고도 이번 수사를 통해 되짚어봐야 할 점이 적지않다. 무려 8개월에 걸쳐 수사를 하면서 절차도 형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닥치는대로 소환하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 바람에 포스코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게다가 주요 혐의 대상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번번이 기각돼 수사에 차질이 빚어졌고 검찰의 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비리수사는 사전에 충분한 자료 수집과 내사를 거친 뒤 신속하게 진행하는 게 일반적 관례이나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하명수사’니, ‘외압 수사’니하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김진태 전 검찰 총장이 공언했던 ‘외과수술식 정교한 수사’는 말의 성찬이었을 뿐이다.

검찰은 통렬한 자성과 함께 기업수사의 틀을 다시 세우고 수사 역량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검찰이 바로 서야 법과 질서가 바로 잡힌다. 차제에 포스코는 주주와 이사회 권한 강화 등 외부 권력의 간섭을 배제할 제도적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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