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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1970억 작품 9분만에 낙찰’… 택시기사서 억만장자 된 中 미술계 큰손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의 ‘누워있는 나부(Nu Couche)’가 역대 경매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리면서 낙찰자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이첸 선라인그룹 회장

이번에 모딜리아니의 그림을 손에 넣은 이는 바로 중국의 미술 수집가 류이첸(劉益謙ㆍ52) 선라인(Sunline)그룹 회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류이첸 회장의 자산은 14억달러(한화 약 1조6200억원)로 억만장자다.

지난 9일 미국 뉴욕 록펠러플라자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류 회장은 전화로 응찰해 1억7040만달러(약 1970억원)를 불렀다. 지난 5월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알제리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세계 최고가인 1억7900만달러(약 2070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미 중국 미술계에서 큰 손으로 유명한 류 회장은 결국 단 9분만에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류 회장의 베팅실력보다 더 화제가 된 건 그의 과거사다. 류 회장은 한때 길거리에서 핸드백을 팔고 택시를 운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가난한 시절을 딛고 자수성가한 부호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

1963년 상하이의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문화대혁명의 혼란 속에서 10대를 보냈다. 16살에 학교를 그만둔 류 회장은 어머니를 도와 거리에서 핸드백을 팔며 돈을 벌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개인택시를 마련해 택시기사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인생역전의 단초가 된 건 바로 상하이 증시였다. 1990년대 개혁개방 흐름 속에서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상하이 증시에 투자하며 그는 투자자로 변신했다. 본인 입으로 “나는 돈냄새 맡는 데 재주가 있다”고 말할 만큼 투자에 수완을 보였다. 주로 부동산과 제약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봤다.

류이첸 회장이 지난 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520억원에 사들인 15세기 실크 자수품

어느 덧 50대에 접어든 류 회장은 이제 미술품에 막대한 돈을 쓰며 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작년 한 해만 미술품 수집에 약 1억달러(약 1200억원) 넘게 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수집 대상도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고대 중국 미술품부터 제프 쿤스 같은 현대 미술품까지 각종 고가의 예술작품들이 그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 2014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15세기 실크 자수품을 4500만달러(약 520억원)에 사들였다. 국제 경매 사상 중국 미술품이 세운 최고가 기록이다.

류 회장은 2013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미술품 수집은 미술을 공부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우선 예술을 사랑해야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그가 고풍스러운 사발을 찻잔으로 이용해 마시는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찻잔은 얼마 전 류 회장이 3600만달러(약 420억원)에 사들인 것이었다.

류이첸 회장 소유의 미술관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

이번에 사들인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는 류 회장의 개인 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전시할 계획”이라며 “중국 미술 애호가들에겐 해외에 나가는 번거로움 없이 훌륭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류 회장의 꿈은 자신의 미술관이 뉴욕의 모마(MoMA)나 구겐하임 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현재 그는 2012년 개관한 ‘롱 뮤지엄 푸동(Long Museum Pudong)’과 작년에 문을 연 ‘롱 뮤지엄 웨스트 번드(Long Museum West Bund)’ 등 두 개의 미술관을 소유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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