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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사전 수익성 너무 강조하면 제2정주영 나오겠나
앞으로 건설사와 조선업체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정책금융기관이 사업의 수익성을 면밀히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10일 열린 ‘해외건설 및 조선 부실 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내린 결정이다. 무리한 저가 수주로 일정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저가 수주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 의도는 일견 이해가 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만 보더라도 부실 수주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예상 적자가 5조원이 넘어 채권단에서 4조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그게 다 국민 혈세인 셈이다. 부실사업으로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되면 그 부담은 국민들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5%로 일반은행 평균 15%선보다 훨씬 낮다. 산업은행도 부실 해운ㆍ 건설사들을 지원하느라 2013년 첫 적자를 내는 등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조치가 해당 업계와 기업의 의욕을 꺾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다. 해외 건설과 조선은 한국 경제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규모로 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해외 입찰에서 경쟁국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싸게 수주를 받아 와 공기를 줄이고, 원가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해당 산업과 국가 경제를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같은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들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수익성만 지나치게 요구하다 보면 글로벌 경쟁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감을 잃기 십상이다. 제 2, 제 3의 정주영이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경쟁의 정글에서 처음부터 순순히 높은 수익성을 담보해 주는 사업은 어디에도 없다. 마른 수건도 짜낸다는 각오로 원가를 줄이고, 공정을 혁신해야 비로소 기본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중심이 돼 기업 스스로 명운을 걸고 최적 수주선을 찾는 게 시장의 원리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다가는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 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역시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수익성 평가’라는 반(反)시장적 조치는 기업 지명도만 보고 큰 돈을 선뜻 내준 것도 한 원인이 됐다. ‘선 무당’이 개입하면 일을 그르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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