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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38] 머리 감기고, 옥체 닦고…경종國喪 상세히 기록
임금은 태어나면서 생을 마칠 때까지 여러 통과 의례를 거친다. 관례(冠禮), 가례(嘉禮), 입학례(入學禮) 그리고 국상(國喪)의 예를 치른다. 《승정원일기》에는 이런 의식 절차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1724년(경종4년) 8월 25일, 경종의 국상 때 왕세제 연잉군(훗날 영조)과 경종의 계비 선의왕후가 지켜보는 가운데 목욕 의식을 행했다.

방 가운데 북쪽 가까운 곳 침상에 대행왕은 머리를 동쪽으로 두고 있었다. 대행왕의 옥체는 자색 이불과 함께 곤룡포를 덮고 있었다. 왕세제는 머리를 풀고 연마도복 차림으로 침상 북쪽에 앉고, 신하들은 동쪽에 엎드렸다. 내시가 작은 베개를 빼고 높은 베개로 바꿔서 받쳤다. 이어서 홑이불을 침상 위로 들어 올려 휘장처럼 전면에 드리우고는 집사들과 내시 몇 명만이 그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내시 한 명이 대모빗을 가지고 머리를 빗질해 상투를 틀고 평소 쓰시던 조모라 모자를 씌웠다.

이광좌 : 손톱 발톱을 일시에 다 자를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손톱을 자르고서 머리를 감기고 그 다음에 발톱을 자르고 옥체를 닦을지, 아니면 편의대로 할지 여쭙니다.

왕세제 : 편의대로 하라.

이광좌 : (휘장처럼 쳐 놓은 홑이불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옹원 주부 심유현을 경계하며) 칼이 너무 예리한 듯하네. 칼이 너무 예리하면 자를 때 실수하기 쉬우니, 조심하고 또 조심하시게.

덮었던 곤룡포를 들어 병풍에 걸었다. 이불을 걷고 입고 있는 바지를 벗겼다. 윗옷은 양 소매를 찢었다. 드디어 목욕을 행했다. 목욕을 마친 뒤 남색 장의(章衣)를 덮고 다시 자색 이불을 덮었다.

경종은 이런 절차를 거쳐 이 해 12월 16일 의릉(懿陵)에 묻혔다.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위원 곽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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