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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GLOBAL] 알리바바와 빼빼로
옛날 중국에 혜자(惠子)라는 사람이 위(魏)나라 임금에게 큰 박(匏瓜) 씨를 얻었다. 키워서 열매를 얻었는데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속을 긁어내고 나니 쓸모가 마땅치 않았다. 물을 담자니 너무 무거워 들 수 없었고, 반으로 쪼개 바가지를 만들어 봤지만 너무 커서 물독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아무 쓸모 없다 생각하고 부숴버렸다.

이 말을 들은 장자(莊子)가 혀를 찬다.

“모든 것은 사용하기에 달렸거늘, 그렇게 큰 박이라면 배로 만들어 띄우면 되지 않았겠나. 결국 자신의 상식에만 사로잡혀 있었구먼”

같은 사물, 같은 환경이라도 이를 이용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중국의 광군제(光棍節, Single’s day)는 1990년 난징에서 젊은이들이 11월 11일 싱글들을 챙겨주는 날로 시작됐다. ‘1’이 네 개나 겹쳐 외롭게 홀로 서있는 모습과 닮았다는 이유다. 2009년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이를 전국적인 ‘할인의 날’로 바꿨다. 이제는 당일 하루 매출만 90억 달러로 미국의 ‘사이버 먼데이’나 ‘블랙프라이데이’를 능가하는 ‘지상최대 쇼핑의 날’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11월11일은 ‘빼빼로의 날’다. 연인들은 ‘빼빼로 과자’를 주고 받으며 데이트를 즐긴다. 먹고 마시는 게 끝이다. 그나마 과자업체의 ‘상술’이라며 냉소적인 이들도 적지 않다. 우리의 수준은 딱 2009년 이전 중국에 멎어있다.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은 프랑스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2500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미국 증시의 ‘IT 독수리 오형제’다. 이들 가운데 직접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없다. 설령 유형의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외주를 준다. 요즘 이들이 내세우는 것을 보면 하나같이 무형의 서비스, 기술 등이다.

세계의 공장들은 이젠 중국도 인건비가 비싸다며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 제조기업들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국내에서 고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렇게 번 돈 상당부분을 세계적 소프트기업들에 지불해야할 수도 있다.

발상을 바꿀 때다. 자신의 상식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상당히 유용한 자원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질 수 밖에 없다. 노동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을 바꾸려면 교육을 바꿔야하고, 교육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에 방점을 둔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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