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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정태인] 낯선 ‘투르크메니스탄’길 위에서 만난 동질감
인도 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가을 투르크메니스탄에 부임했다.

대사관 집무실에서 지도를 쳐다봤다. 투르크메니스탄 마리 지방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힌두쿠시 산맥 아래로 협곡이 보인다. 끝은 인도였다. 힌두쿠시 산맥과 연결된 히말라야 산맥 이북으로, 그리고 천산산맥 이남으로 긴 계곡이 보인다. 계속 가면 중국의 신장지방이고, 더 가면 만주와 한반도다. 마리 남서쪽에서 이란을 지나 이라크 아르빌로 연결되는 긴 계곡이 있다. 조금 더 가면 지중해가 나온다. 중국으로, 인도로, 중동으로의 길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수많은 동질성들이 발견된다.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쉬가바트의 건물에는 유난히 ‘알튼’이라는 이름이 많다. 뜻이 ‘금’이라고 하는데, 돌궐어 및 몽골어가 속한 알타이어의 ’알타이‘에도 ‘금’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알타이’는 중앙아시아에 있는 산 이름이다.

뜬금 없지만 흥미로운 것은 신라 왕족의 성이 ‘김(金)’라는 점이고, 여진족이 중국에 세운 나라 이름이 ‘금(金)’이다. 유라시아 유목민족은 금을 좋아하고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 모양이다.

신라 유물 중 대표적인 것이 금관이다. ‘금’이라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금관의 모양이 스키타이 양식이라고 한다. 스키타이족(族)은 흑해 연안(현재 터키 부근)을 떠돌던 유목민족이다.

기원전 5세기 이후 흑해 연안에서 사라졌다. 이후 중국 북방에 흉노가 등장했다고 한다. 신라 기마상의 장수가 북방민족의 얼굴이라는 학설도 있으니 유라시아의 동서(東西)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투르크메니스탄을 덮고 있는 사막 이름이 ‘카라쿰’이다. 검은 사막이라는 뜻인데, 검은 바다인 ‘흑해’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북쪽을 지칭하는 색이 흑색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쪽을 지칭하는 색이 적색이라서 ‘홍해’라는 이름도 있다. 서쪽은 백색인데, 터키에서는 지중해를 ‘백해’라고 부른다.

19세기말 뒤늦게 서세동점에 참가한 독일의 탐험가 ‘리히트호펜’은 중앙아시아에서 동서양 교류의 흔적을 발견하고 ‘비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 길을 통해 비단이 그리 많이 거래된 것 같지도 않고, 비단 거래상의 역할이 두드러진 것 같지도 않다. 비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짐에 따라 실제 이 길의 주역들의 모습은 실종되어 버린 것 같다. 말과 활과 더불어 살아가는 돌궐과 몽골은 이 길의 주역으로서, 안전을 보장하고 관리해왔다. 어찌 보면 ‘돌궐-몽골 벨트’가 답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시대인 지금, 과거의 공감대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길”의 지정학을 활용하여 유라시아 수송 및 물류의 부흥을 도모해 보면 어떨까?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길이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는 ‘한ㆍ중앙아시아 카라반 행사’가 9일부터 13일까지 이 곳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리고 있다. 모쪼록 이번 행사가 두 나라 국민간 상호 이해 및 유대를 강화하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적극 지지하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양자 및 다자 차원의 다양한 협력 방안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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