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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고도 당한다, 포장의 트릭]“내용물 시원찮아도 고급지잖아, 난 좋기만 한걸”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배보다 배꼽이 큰 것처럼 보이는 과다한 포장. 요즘 쇼핑하며 소비자들이 한 번쯤 겪게 되는 흔한 현상이다. 멋진 포장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도가 과하면 때로 불쾌감마저 유발한다.

하지만 화려하고 과장된 그 포장에 설레어하고, 이런 포장을 열렬히 지지하는 소비자들 또한 많다.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쇼핑족들에게 특히 그런 현상이 뚜렷하다.

직장인 정희경(가명ㆍ여ㆍ29) 씨는 “사회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쇼핑하면서 푸는데 조그만 걸 하나 사도 멋있게 포장해 줄 때 행복하다”며 “어떤 품목을 쇼핑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품목을 쇼핑한 날 어떤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느냐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포장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정 씨는 “백화점의 유명 명품숍에 들렀다가 작은 백을 하나 샀는데 무슨 대단한 가방을 하나 산 것처럼 큰 가방에 포장해줘서 그날 하루종일 그 쇼핑백을 들고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구입 첫 날부터 즐거웠고 실제로 그날 산 백의 활용도도 높아 100% 만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있는 포장만 전문으로 해주는 업체에서의 포장 장면. 이 포장을 거치면 내용물과 상관없이 한층 더 고급스워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대학생 이현민(가명ㆍ여ㆍ22)씨는 “돈이 없어 평소에 낭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도 가끔 가족이나 남자친구 선물을 살 때 포장을 멋지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일상 생활에 쓰는 생활물품이 아니라 아니라 선물같은 이벤트성 품목을 살 때 포장은 그 자체로 멋진 이벤트가 된다”고 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을 위한 선물 포장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서의 포장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제품 품질에 이어 포장 상태와 포장 재질 등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다. 내용물 양이 많으면서 포장이 허술한 제품보다는 양이 적더라도 포장 품질이 훌륭한 제품을 선호한다.

이민규(가명ㆍ남ㆍ34) 씨는 “제과업체들이 과자 내용물은 줄이고 포장을 늘려 욕을 먹는 경우를 가끔 봤다”며 “그러나 내용물이 적더라도 포장을 크게 하면 내용물 파손이 적어 장점 또한 있다”고 했다.

한 대기업 유통회사 관계자는 “백화점 판매제품 포장이 더 고급스러운 경우가 많지만, 대형마트에서도 고급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대형마트 판매제품 역시 포장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일부러 포장을 크게 하고 내용물을 줄이는 경우는 지탄의 대상이 되겠지만, 품질을 높이고 정성스런 포장까지 더하는 것은 소비자와 판매자 양측에 모두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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