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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경자 화백 사위 문범강 씨 “예술가 짓밟은 권력…진상 규명해야”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고인이 되신 천경자 화백의 명예 회복이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1991년 당시 미술을 내세운 거대한 권력의 힘으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예술가를 무참히 짓밟은 데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고 천경자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61ㆍ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씨는 9일 헤럴드경제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문 씨를 포함, 천 화백의 장남 이남훈 씨와 차녀 김정희 씨, 차남 고 김종우 씨의 아내 서재란씨는 같은 날 오전 법률대리인인 변호사 배금자 씨를 통해 ‘미인도 위작 시비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명서’를 언론에 배포했다. 이는 최근 미술평론가 정준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씨가 “미인도는 위작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고 이 같은 주장을 계속할 경우 향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통보하는 내용이었다. 

유족들이 성명서를 통해 배포한 자료. 유족들은 “미인도 위작범이라고 스스로 밝힌 권춘식 씨의 증언을 뒷받침하는 시각자료”라며 “미인도가 그려진 1977년 당시 천 화백은 정식 채색을 통해 완성한 많은 여인상에 금분 눈빛을 입혔다. 미인도가 진품이라면 금분이 칠해져 있을 확률이 거의 절대적이다. 이러한 학술적인 연구가 감정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위작이 진품으로 판결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문 씨는 이메일 답변에서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3차 감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진품이라고 내세운 증거들이 다 허위임을 반증할 자료가 있다”면서 “화가이자 재료학 공부를 한 나 자신이 증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천 화백의 명예회복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원하는 게 없다”면서 “정의는 외롭지만 당당하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당시 유족들의 모습. 오른쪽 두번째가 천 화백의 사위인 문범강 씨다.

다음은 이메일 인터뷰 전문.

▶큰 따님과 이후 연락은 취했는지. 가족간 갈등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지.

-서울 장남이 연락한 것으로 안다.

▶성명서를 낸 이유가 궁금하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하겠다는 건가, 아니면 앞으로 할 의향이 있다는 건가. 현재 성명서 내용으로 봐서는 협박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협박이라는 말은 지나치다. 절대 협박의 의사는 없다. 다만 허위사실을 무슨 이유에서 계속 주장하는지, 이제 그만 했으면 바란다.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정준모 선생의 주장이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과수와 한국과학기술원의 검증 결과가 당시 언론에 일제히 보도되었는데도 두 기관의 조사 결과가 미인도가 진품인 것으로 나왔다는 등 허위 주장을 중지하시길 바란다. 또한 1990년도의 금성출판사의 도록에 나오는 미인도는 현대미술관 학예관이 그 도록에 글을 게재하면서 미술관의 미인도 사진을 삽도로 넣은 것인데, 마치 천 화백이 슬라이드를 제공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뭔가. 서울시에 요구했던 천 화백 추모식은 거행됐고, 문체부에 요구했던 금관문화훈장 추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고인이 되신 천경자 화백의 명예 회복이다. 다른 것은 바라는 것이 없다. 1991년 당시, 미술을 내세운 거대한 권력의 힘으로 국민들이 사랑하는 예술가를 무참히 짓밟은 데 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인도를 공개해 학술적이고 과학적인 감정을 통해 모든 전문가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91년 당시의 허술한 감정 과정은 양식있는 전문가들이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그것이 비상식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때 감정 과정에 있었던 소위 증거들이 조작, 혹은 비과학적인 것들이었다. 감정위원들이 소위 필링, 즉 “감”으로 진품으로 판정했고 진품이라는 과학적 제시는 전부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

▶위작과 관련해 명쾌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까. 진위를 놓고 상반된 주장만 있을 뿐 결론 없는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인다.

-명쾌한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프랑스에 있다는 작품분석기로 작품을 분석하는 방법. 천 화백이 과작이고 평소 오랜 기간, 여러 켜를 입혀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그러한 레이어를 그 기계가 낱낱이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미인도는 하루 이틀에 걸쳐 그려진 그림이므로 그런 레이어가 있을 수 없다. 둘째, 미인도가 제작된 1977년도의 천 화백의 그림 10여점만 근접 대조해 보아도 미학적 차이가 판연히 날 것이다. 셋째, 1991년 현대미술관측이 3차 감정결과를 발표하면서 진품이라고 내세운 증거들이 다 허위임을 반증할 자료가 있다. 특히 두번째와 세번째 해결책은 화가이며 재료학 공부를 한 나 자신이 증명할 수 있다.

▶가족들 간 갈등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갈등이 생기게 된 데에는) 언론도 책임이 크다. 사실무근의 추측기사나 일방적인 기사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경우가 많았다. 가족들의 갈등은 그리 없다, 한 분이 워낙 독단적인데다 소통이 안될 뿐이다. 우리 모두 어머님의 명예와 남기신 업적을 보존하자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천경자 화백의 명예를 회복하는게 유족들의 바람이다. 공정하고 과학적이며 학술적인 감정을 거쳐 그 결과에 승복하고 사과할 측은 사과하면 이 일은 마감된다. 만약 현대미술관 측이 당시 여러 사정으로 허위를 내세웠어야 될 상황이었으면 이제라도 감정을 해서 천 화백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언론과 유족에 공식 사과하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감정은 1991년과 같은 관, 협회의 유착관계에서 연류될 감정위원으로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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