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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전자음으로 따뜻한 대자연을 그리다
캐스커 정규 7집 ‘그라운드 파트1’ 눈길


이제 일렉트로니카는 한국 대중음악에서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음악이다. 음악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돌 음악부터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니 말이다. 특정 장르의 음악이 어느 날 갑자기 주류로 떠오르는 경우는 없다. 비등점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를 지켜온 수많은 뮤지션들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다. 캐스커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전자음에 탱고,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더한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일렉트로니카로 장르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해왔다. 캐스커가 3년 만에 정규 7집 ‘그라운드 파트 1’을 발표하며 돌아왔다. 지난달 30일 서울 합정동 파스텔뮤직에서 캐스터의 멤버 이준오(프로듀싱ㆍDJ)와 융진(보컬)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듀오 캐스커가 정규 7집‘ 그라운드 파트 1(gorund part 1)’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준오(프로듀싱ㆍDJ), 융진(보컬).
[사진 제공=파스텔뮤직]

이준오는 “그동안 앨범을 내면서 우리도 모르게 거기서 거기인 음악을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생각과 고민의 시간들이 길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은 캐스커의 2막을 알리는 작품이나 마찬가지”라고 소감을 밝혔다.

캐스커는 지금까지 2년 터울로 꾸준히 정규 앨범을 발표해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3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됐다. 지지부진했던 캐스커의 작업에 속도를 내게 만든 것은 이준오의 아이슬란드 여행이었다.

이준오는 “이번 앨범의 제목 ‘그라운드’는 ‘바닥’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 그야말로 세상의 밑바닥을 만난 느낌이었다”며 “태초의 지구를 닮은 듯한 곳에 발을 디디고 서서 주변을 바라보니 흘러가는 세월과 나란 존재는 대자연에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작보다 강조된 전자음이다. 지금까지 어쿠스틱 악기나 밴드 사운드를 가미한 사운드로 도회적인 음악을 선보여 온 캐스커는 이번 앨범에선 순도 높은 일렉트로니카로 대자연의 장엄함을 그려내는 반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들은 하나하나 강렬하면서도 따뜻한 온도를 잃지 않는다.

다른 세상의 낯선 빛을 맞이한 설렘을 담은 ‘광선’, 간헐천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기둥을 바라보며 느낀 경이로움을 표현한 ‘게이시르’, 아이슬란드 북부 어딘가의 산에서 건진 선율로 대자연의 장엄함을 표현한 ‘산’ 등의 곡은 이런 앨범의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이준오는 “이번에는 캐스커의 음악에 익숙한 이들에게 절대 예상할 수 없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며 “아이슬란드 여행 이후 대중이 좋아하는 소리보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어쿠스틱 악기 대신 전자음으로 자연을 표현한 이유도 그런 생각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앨범의 나머지 부분인 ‘그라운드 파트2’는 발매시기를 묻자 캐스커는 “우리도 아직 잘 모르겠다”며 여유롭게 웃어보였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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